텔레비전 사극마다 조선조 당쟁을 붕당의 궁중 암투쪽으로만 치우쳐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래서 광활한 만주 벌판에서 기상을 드높였던 북방사를 소재로 하는 역사물을 촉구한 적이 있다.
근래에 시작된 MBC ‘주몽’ SBS ‘연개소문’은 북방사 드라마이긴 하다. 그런데 엉터리도 너무 엉터리다. 역사적 사실을 극화하는 덴 허구가 들어가긴 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선 역사 날조이지 작품상 용인되는 허구가 아니다.
주몽의 아내 소서노는 부족장 연타발의 딸로 주몽이 동부여에서 망명했을 당시엔 이미 전사한 장수의 남편 사이에 비류와 온조의 두 아들을 둔 과부다. 주몽은 여덟살 연상의 소서노와 결혼함으로써 아내의 도움을 얻어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건국 후 동부여에 있던 본처 예씨부인과 아들 유리가 고구려로 와 유리가 태자가 되자, 소서노는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하여 온조로 하여금 이번엔 백제를 건국케했던 여걸이다. 이것이 삼국사기 등 문헌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소서노를 처녀로 둔갑시켜놨다. 이만 저만한 망발이 아니다.
‘연개소문’에서 안시성 대첩의 지휘관을 성주 양만춘이 아닌 대막리지 연개소문으로 묘사한 것은 이 역시 역사 날조다. 당 태종 이세민이 패전하고 돌아가면서 연개소문과 마주보며 서로 칭찬하는 투의 덕담을 나눈 장면은 허구로 보기엔 한마디로 웃기는 유치한 허구다.
을지문덕은 연개소문보다 마흔살 남짓 더 먹어 같은 시대의 사람일 수가 없다. 이밖에도 잘못된 점이 많은 가운데 의상이나 머리모양이 고구려 벽화와 차이점이 있어 고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아스럽다.
문제는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력이다. 이런 엉터리 사극의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오인하는 시청자가 있을까봐 두렵다. 고대사 무대를 재현하는 오픈세트며 의상비 등 제작비가 실로 막대하다.
수 억, 수십억원 대의 돈을 들여가면서 역사 왜곡보다 더한 말도 안 되는 역사 날조를 일삼는 사극 제작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을 보면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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