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기는 국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을 어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회의 위법은 대부분 처벌조항이 없는 훈시규정이라는 이유로 여야의 정치 공방 와중에 발생하지만 이건 국민을 경시하는 것이다.

국회의 위법사례 중 대표적인 경우가 예산안 처리다. ‘회계연도 개시 30일전(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헌법 54조2항에 명시돼 있지만 국회는 번번이 기한을 넘긴다. 2004년 12월31일, 2005년엔 12월30일에야 처리했다. 모두 여야의 극한 대립 탓이다.

예산안 처리의 지연은 중앙정부의 예산공고, 집행계획 수립, 분기별 배정계획 등 집행 준비에 차질을 주기 때문에 극심한 부작용과 비효율을 초래한다.

국회법상 절차와 기한 규정도 수시로 어긴다. 국정감사 및 및 조사법 2조1항엔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한다’고 규정했지만, 올 국감은 10월11일 ~ 30일로 시기를 변경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총선 이후 첫 본회의에서 실시한다. 처음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임기만료일전 5일 이내 실시한다’고 국회법 15조에 규정했지만, 2004년 17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6월5일 첫 본회의에서 의장만 선출, 부의장은 이틀 뒤 선출하는 등 2006년 후반기 원 구성에 법정기한을 넘겼다.

국회 원(院)구성을 할 때도 여야가 서로 더 많이 더 좋은 상임위원회를 차지하려고 자리 다툼을 하는 바람에 법정기한을 거의 지키지 못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업무 특성상 다른 상임위원의 임기(2년)와 달리 4년 임기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당내 자리다툼 때문에 편법으로 정보위원을 교체해 국회법을 어긴다.

이렇게 국회가 관행적으로 법 조항을 어기는 이유는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키지 못할 법은 고치든가, 아니면 강제성을 부여해 지키도록 해야지 국회가 법을 위반한다면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는 꼴이다. 여론을 통한 통제가 가장 현실적이지만 문제는 정치권이 여론에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타성에 젖어 있는 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예산안의 경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법정기한 내 처리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자성을 촉구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