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의 실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도자유회관에서 가진 경기도안보단체장협의회 초청 간담회 발언에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협의회측은 김 지사에게 지자체 지원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인한 재정난 심화를 들어 지자체 소유의 공공건물 사용과 안보관련 행사를 위한 예산지원, 그리고 민방위교육에서 삭제된 안보교육 교과과목을 경기도만이라도 재편성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지사의 답변은 동문서답이었다. “보수단체가 돈에 집착하면 정신으로 무장한 좌파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등 안보단체장들은 장황한 훈화만 들어야 했다. “뜨거운 마음으로 구국활동을 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말들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문젠 이를 모르는 안보단체장들이 아니란 사실이다. 안보단체장들은 거의가 지역사회의 원로급 인사다. 나이로 보아서나 경험으로 보아서나 김 지사의 훈시를 들을 계제가 아니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말라’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안보단체장들의 요구는 동냥도 아니고 쪽박도 아니다. 할만한 얘길 했다. 이에 예산지원 등을 하기 싫으면 거절하면 그만이지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장황한 말로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요구는 안 들어줄망정 봉변을 주어선 안 되는 결례를 김 지사는 범했다.

그래도 여기까진 참고 봐줄만 하다. “평택 대추리의 대학생 시민단체 등은 국가예산이 아닌 자발적으로 일어나 미군 기지이전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고 안보단체장들을 나무라듯이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정부가 1억9천만원의 지원금을 범대위 소속 5개 단체에 지원키로 한 사실을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진 몰라도 실언이다. 그같은 지원에 대한 시비가 아니다. 김 지사의 실언이 문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행이 너무 가볍다’는 말을 항간으로부터 듣지만 그래도 도지사이기 때문에 처신에 신중을 촉구하는 것이다. 안보단체장협의회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보인 행태는 잘했다기 보단 해도 너무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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