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錢魚)는 예로부터 ‘가을 물고기’로 유명했다. 전어를 ‘바다의 깨소금’으로 비유했다. 전어는 가을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영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기름기가 흘러 회로 먹거나 소금구이, 무침 등으로 먹는다. 봄 전어가 지방함량이 2.4% 정도인데 가을 전어는 6%라고 한다. 전어를 구워 접시에 담으면 바닥에 흥건하게 기름이 고일 정도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이라고 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써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가을이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돈 생각도 않고 먹는다 해서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몸길이 15~31㎝인 전어는 2, 3년 자라면 가장 맛있는 크기인 15㎝로 자란다. 몸매가 둥글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싱싱하고 맛있는 전어다. 썰었을 때 살이 단단하면서 볼그스름한 빛이 감도는 게 좋다.
가을 전어는 맛도 좋지만 영양도 뛰어난 ‘웰빙 식품’이다. 불포화 지방산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뼈째로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얘기다.
전어를 구워 먹을 경우 비늘을 긁지 않고 내장을 그대로 둔 채 소금을 뿌려 굽는다. 구이로 먹을 때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남기지 않고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구우면 맛이 좋지만 회로 먹어야 영양파괴가 적다. 회로 먹으면 치매예방과 시력에 좋은 DHA, EPA 등 지방산을 그대로 먹게돼 좋다. 일부 지역에선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무쳐 즐겨 먹는다.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 불리고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 속젓’이라 한다. 내장 가운데 위만 골라 담은 것은 ‘전어 밤젓’ ‘돔배젓’이라 부르며 전라도에선 전어 깍두기를 담가 먹기도 한다.
요즘 전남 광양, 보성, 충남 서천 등에서 ‘전어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전어는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전어값이 금값이라지만 원래 이름이 ‘錢魚’ 아닌가. 친구들과 연인과 가을 속에서 마주 앉아 전어를 안주 삼아 소주 두어병 마시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운치있는 삶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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