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위시대

‘세계는 남성이 지배한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이 지배한다’고 했다. 그럴싸 했던 이 말도 이젠 달라졌다. 세계엔 여성을 최고 지도자로 두고 있는 국가가 점점 늘어간다.

비근한 또 하나의 예를 든다. 지금 중동을 순방 중인 한명숙 국무총리는 남편을 대동하고 있다. 여성이 남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남성이 여성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섹스파업을 내용으로 하는 ‘여인들의 평화’란 희곡이 있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파네스(BC 445~385)가 쓴 작품이다. 당시 그리스가 양대 진영으로 갈려져 스파르타 맹주동맹인 펠로포네소스와 30년이나 치른 전쟁이 작품의 배경이다.

내용은 여주인공 류시스트라테가 “남자들로 하여금 지긋지긋한 전쟁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면서 아테네의 모든 기혼 여성들을 아크로폴리스(acropolis)에 모이게 한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종교 및 정치의 중심지다. 이 모임은 드디어 전쟁을 끝내고 평화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남편과의 잠자리를 절대로 같이하지 않는다는 굳은 맹세를 결의했다. 기혼 여성들의 섹스파업 동맹으로 동침을 거부당한 남성들은 견디다 못해 전쟁을 종식시켜 마침내 평화를 이룬 것으로 됐다.

그런데 2천410여년 전 작품의 섹스파업이 콜롬비아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인구 30만여 명의 페레이라는 커피 산지로 유명한 한편 범죄로 악명이 높은 도시다. 총기로 무장한 조직폭력배가 설쳐 지난해만도 480여 명이 살해된 것으로 전한다. 이에 당국의 무장해제 명령이 떨어지자 범죄조직원 아내나 애인들이 “당국에 협조해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해 남자들이 이에 굴복하고 말았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는 것은 체력우위가 조건이던 농경시대, 산업화시대를 지나 체력과 무관한 정보화시대의 발달에 기인한다. 정보화시대는 곧 지식산업사회인 것이다. 예컨대 고시 합격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아간다.

‘세계는 남성이 지배한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이 지배한다’에서 ‘세계는 여성이 지배한다. 남성 또한 여성이 지배한다’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장차의 여인천하는 남성사회보다 평화가 깃들 것인지./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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