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으레 추석선물이 따른다. 사회적 전래 미풍이다. 문젠 추석선물이 아닌 추석뇌물이다. 이래서 공직사회의 선물을 정부가 금지시켰던 적이 있다. 이러다보니 소비가 위축되어 이해찬 전 총리는 선물 수준의 추석선물은 해도 괜찮다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추석선물은 역시 경계의 대상이다. 올 추석에도 아마 중앙·지방의 관아 주변에 암행감찰이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도 설과 추석 명절엔 선물을 한다. 취임 초엔 청와대의 관행이었던 명절 선물을 중단키로 했다가 “정(情)으로 주는 선물에 인색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열린우리당 분당 전)말에 따라 명절 선물을 다시 시작했다.
대통령의 선물은 예를 들면 복분자 세트 등으로 약 3만원 상당이다. 대상은 각계각층의 5천명 한도다. 그러니까 택배로 배달되는 대통령의 선물을 받으면 전국의 5천명 한도내에 간택된 셈이다.
선물은 알맹이도 알맹이지만 상자가 무척 볼품이 있다. 대통령 휘장인 금박의 봉황 무늬에 내외의 이름이 씌어 있다. 이래서 어떤 못된 사람이 청와대를 빙자한 사기에 선물상자를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 그 사기꾼은 언론인으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언론인으로 보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노 대통령 부부는 이번 추석에도 명절 선물을 했다. 국산차 세트를 보냈고 대상 가운데는 지난 여름의 수재민과 소년소녀 가장 등이 포함됐던 것 같다. 대통령 내외가 이들에게 추석선물을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런데 소년소녀 가장이나 수재민들에게 차(茶)선물은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분분했던 모양이다. 딴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단 부친 선물을 회수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다.
청와대는 궁리끝에 수재민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쌀같은 걸로 적절한 선물을 따로 골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이리하여 대통령 내외의 추석선물을 두 번 받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수재민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애시당초 이를 예견치 못한 청와대측 단견은 매사가 이럴 것 같아 답답한 생각이 든다.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