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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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으로 불렸던 쌀의 가격이 ‘껌 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그나마 저가의 수입쌀이 밀려들고 있어 가격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한 쌀은 80.7㎏으로 하루 221.2g에 불과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쌀 관측’ 자료를 보면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이 78.7㎏으로 줄어 한 가마(80㎏)를 밑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30년 전인 1976년(328.0g)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다. 쌀 소비는 과일·채소 소비 증가와 미용·다이어트 등에 밀려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은 120g 안팎으로 하루 소비량은 두 공기도 안 된다.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20㎏들이 고급쌀 한 포대의 가격이 5만원선이니 한 끼 분량의 쌀값은 300원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껌 한 통 값이 500원이고, 유명 메이커의 3~4인용 피자 한 판이 2만~3만원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쌀값은 싸도 너무 싼 편이다.

쌀값은 200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비는 갈수록 치솟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80㎏ 한 포대 당 생산비는 9만원을 웃돈다. 반면 판매가는 잘 받아야 15만원대이고, 12만원에 못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쌀농가 수익은 갈수록 줄어든다.

지난해 10a(300평)당 총수입은 87만9천411원이지만 생산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29만1천516원으로 1994년(27만8천94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쌀 농가의 82%인 74만가구는 1.5㏊(4천500평) 미만의 영세농이다. 1년간 논 4천500평에서 흘린 땀의 대가(순수익)는 4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쌀 농사를 지어 온 우리 조상들에게 1천석(한 석 144㎏)의 쌀을 생산하는 ‘천석(千石)꾼’은 큰 부자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천석꾼이라도 부자 소리를 듣기 어렵게 됐다.

쌀 1천석을 생산하려면 논 30㏊(9만평·평당 평균 생산량 1.6㎏)는 돼야 하는데 순수익은 연간 1억원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다.

1971년 1천471만명이었던 농가인구가 2004년 341만명으로 76.8%나 줄었다. 그런데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었단다. 농촌 현실을 못 보는 장님 정부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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