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통령감이 못됩니다””
‘망둥이가 뛰니까 빗자루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한다고 해서 그럴 처지도 못되는 사람이 덩달아 나서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다음 번 대통령에 나설 요량인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엔 나설만한 사람이 물론 있다. 그런가 하면 ‘망둥이’도 못되는 ‘빗자루’같은 엉뚱한 사람도 있다.
이런 판에 “저는 대통령 감이 못됩니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 자신은 나서겠다고 한 적도 없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총무가 먼저 말을 꺼내어 말이 번졌을 뿐이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며칠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 주최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출마 가능성의 질문을 받고 그같이 말했다. 서울대 총장 당시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에 강력히 맞서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그는 지난 7월 총장 임기를 끝내고 경제학부 교수로 복귀했다.
정 교수는 간담회에서 “정치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정치 이야기가 아닌 경제학자로서의 경제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지금은 경기부양책을 써야 할 때”라고 자신의 처방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과거에는 경기부양보다는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같아서는 앞으로의 생산능력 배양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므로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꺼져가는 성동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크진 않지만 강한 실력을 갖춘 ‘강소국’ 유형을 한국이 추구해야 할 일류국가 모델로 제시하면서 아일랜드를 예로 들었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엔 “기초가 튼튼하고 겸손한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로 말하면 너도 나도 나서는 차기 군상 중엔 상급 품질에 비유된다. 이런데도 정치권에 “제발 거명조차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하물며 ‘꼴뚜기’나 ‘빗자루’ 같은 함량 미달의 자천자들은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정 교수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을 게 뻔해 걱정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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