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무문 공개

경복궁 집옥재(集玉齋)는 조선시대 고종의 서재다. 1868년(고종 5년) 6월 경복궁이 중건되고 나서 신무문(神武門) 안에 건립했다.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은 임금이 지금의 청와대 뜰에서 거행된 과거장에 행차할 때만 문을 열었다.

소장된 책이 많았다. 무영전총서(武英殿叢書) 851권 같은 다수의 전집류를 비롯해 소장된 책이 광범위했을 뿐만이 아니라 수량 또한 방대하였다. 집옥재에 있던 이런 책들은 규장각 등에 소장돼 있다.

청와대 경내인 집옥재가 신무문과 함께 지난 달 29일 개방됐다. 서울 청운초등학교 5학년 1반 어린이들이 기념행사의 하나로 이에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맞아 연설을 한 것은 있을법 한 일이다. 어린이들에겐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 희망은 지배와 피지배자 간의 차이가 작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내용 중 한 대목이다. 그런데 신문 보도는 이렇게 전했다. 어느 대목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데 지루하다고 하면 어떡해…”라는 노 대통령의 농담에도 아무 응답이 없자 다시 “여러분 안 지루하지요?”하자 “예!”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안 지루하지요”하는 데 “아닙니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연설은 약 20분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역시 대통령의 화법이다. 긍정을 요구하는 화법은 국무회의 등 주변의 지도급 인사, 즉 중책을 맡은 기성인들도 거역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니요!”하고 누구 하나가 간언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접근이 금기됐던 경복궁 숙정문 개방에 이어 신무문이 개방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내년 4월이면 서울 성벽을 따라 자하문까지 갈 수 있다”면서 “최상의 코스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청와대 주변을 점차적으로 개방,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보기에 무척 좋다.

기왕이면 민심에 접근하는 대통령 마음의 문도 편견없이 이처럼 활짝 개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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