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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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방송대본을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송작가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주말극이나 일일극, 미니 시리즈 등의 극본을 쓰는 드라마 작가와 교양·연예·시사·다큐 프로그램의 제작을 담당하는 구성작가, 외화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번역작가 등이다. 현재 공중파 3사를 비롯 케이블 TV와 외주제작업체 프로덕션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2천명을 넘는다. 방송작가는 7 대 3 정도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작가를 기준으로 드라마작가는 360명 정도며 외화 번역작가는 100여명, 나머지는 구성작가다.

방송작가들의 세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방송계에서 특A급으로 분류되는 S씨, L씨, K씨 같은 드라마 작가의 경우 최근 원고료가 편당 2천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50~60회 짜리 대하극을 집필한다면 원고료가 1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이들은 세칭 ‘2000클럽’으로 통한다. 공중파는 원고료 상한선이 있는데다 특별고료까지 합쳐도 이 수준에 못미쳐 외주업체들이 ‘2000클럽’ 작가들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작가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메인작가와 한 코너만을 전담하는 서브작가(꼭지작가), 이들을 돕는 보조작가에 따라 원고료에 차이가 난다. 편당 원고료를 받는 메인작가와는 달리 월급제인 보조작가의 고료는 외주제작업체의 경우 70만~80만원, 공중파는 100여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너작가는 경력에 따라 편당 200만~400만원 정도를 받지만 50분짜리 다큐멘터리 한편 제작하는데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방송계에 보편화돼 있는 불평등한 계약 관계다. 작가와 프로덕션, 방송국간의 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이뤄진다. 게다가 원고료는 100% 사후 지급이다. 이 때문에 군소 프로덕션에선 프로그램을 다 제작해 놓고도 방송이 안된다는 이유로 원고료를 미루거나 심지어 떼먹는 일까지 발생한다. 계약서가 없어 작가들은 불이익을 받아도 하소연 할 데 조차 없다. 방송작가들이 노조를 결성하려는 이유다. 원고료의 많고 적음만이 문제가 아니다. 투쟁을 해야 타결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방송작가들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은 이제 없어질 때가 됐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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