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런 은행이 생기면 은행이 배겨날 수 있을른지 모르겠다. 돈을 보증도 없이 서류도 없이 빌려 준다. 갚지 못해도 문제삼지 않는다.
대출 자격은 빈민이다. 대출 한도는 자영업을 위한 소액자본의 대안금융이다. 이런 은행이 생기면 이내 거들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이같은 그라미은행이 생겼을 적에도 금융가의 비웃음을 샀다.
빈민 전용의 이 은행은 다만 대출자가 5명씩 조를 짜 신용을 서로 감독하도록 했다. 은행의 사후 관리는 영업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것 뿐이다.
방글라데시 금융가의 조소를 받던 그라미은행은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자진 상환율이 98%에 이른다. 지난 1년동안의 대출액만도 6억8천900만 달러다. 1천500만 달러의 수익금을 냈다. 수익금은 재활기금으로 충당된다. 1980년대 미국에 전파된 것을 비롯해 세계 52개국에 빈민은행을 파급시킨 것으로 보도됐다.
“가난한 사람도 신용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 경제학 교수의 말이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유누스 교수의 말은 명언이다. 명언도 돋보이지만 그같은 기대에 부응할 줄 아는 방글라데시 빈민대출자들의 신용정신 또한 돋보인다.
가난한 자, 은행 손님이라고는 꿈도 꿀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빈민은행은 우리에게 이런 것을 생각케 한다. 적선(분배) 보다는 자활(성장)이 역시 제대로된 빈민퇴치의 왕도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혈세를 구호성 배급주의로 소모하면서 기업 규제로 성장을 저해하는 이 정부의 분배정책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누스 교수는 빈자에게 빵을 주기보다는 빵을 만들어 갖는 길을 터주었다.
올 12월4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앞서 오는 18일 한국에 온다. 노벨상 결정 이전에 2006년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바가 있어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에 와선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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