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사회복지법인 상록원/경기도 행정처리 ‘용두사미’

염계택·우승오·전상천·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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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실법인 알면서도 왜 정리 안했나

■ 경기도 행정처리 ‘용두사미’

경기도는 방만하게 운영된 상록원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총체적인 부실 법인’으로 판단, 법인 사업개시기간을 연장해 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는 상록원의 법인사업 개시기간 연장신청에 대해 용인시에 연장 불허 통보 및 형사고발 조치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도 자문 회계사의 의견을 받아 들여 세무당국에 법인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하지만 도의 이같은 공문상의 행정의사 표시에도 불구, 세무당국의 법인 세무조사와 용인시의 법인에 대한 형사고발은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 법인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가 상록원에 대한 법적 관리의무를 사실상 포기하거나 당초 의지가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수 이해관계자와 거래(?)=도의 상록원 재무회계 운영실태 점검 결과, 법인은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의왕시 학의동 산 96의1 등 모두 3건의 법인 부동산을 처분했다.

이중 사위가 대표로 있는 ㈜태주상사측에 학익동 땅에 근저당 설정을 허가받지 않은 채 허용했고, 법인의 이동면 덕성리 535 등 노인복지시설 신축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말소하는 등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행위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도를 비롯 해당 관리감독 행정기관들은 법인출현 재산 처분과정을 사후에 보고 받거나 뒤늦게 알게 됐다.

이와함께 법인이 출현재산을 특수 이해관계인인 이사장 부인이나 사위, 딸 등에게 넘기면서 행정당국에 이같은 사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음에 따라 재산처분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법인회계의 투명성(?)=도는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12조에 근거 도 고문 회계사에 사회복지법인 상록원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뢰했다. 감사결과 상록원은 지난 1999년 2월24일 용인시 이동면 덕성리 535 일원에 신축할 노인복지시설 시공사로 이사장 사위인 정모씨(38·목사)가 대표로 있는 ㈜태주상사와 총공사비 74억4천156여만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법인은 사회복지법 재무·회계 규칙 제32조 등에 따라 공사 추정가격 1억원 이상일 경우 일반경쟁 입찰에 의해 계약을 함에도 불구,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록원은 또 법인운영경비가 부족, 직원급여 및 사무실 운영비 명목 등으로 모두 11억4천600여만원을 이사장으로부터 빌리는 형식으로 충당한 뒤 이를 가수금으로 회계상 처리, 사회복지법의 합리적 운영에 선행되야 할 재무·회계 신뢰성 및 명료성이 결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인재산인 차량운반구와 집기비표, 시설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도 실시하지 않은데다 용인 소재 부동산 등 법인재산을 처리하면서 거래 실제 발생한 날짜와 금액이 회계장부 기재내용과 차이가 나는 등 법인의 공신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세무조사 및 형사고발은 엄포용(?)=도는 당초 동수원세무서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상록원 설립당시인 지난 1994년 7월 이후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에 감면받았던 세금에 대해서만 추징하는 형식으로 책임을 묻는데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세무당국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면제받았던 세금을 포함 정상적인 세무의무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나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것에 비하면 형평성에 의문이 든다.

특히 도가 법인에 대한 형사고발조치를 하급기관인 일선 지자체에 내렸음에도 불구, 용인시는 법인에 대한 고발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가 지난 1999년 12월5일께 법인 사업개시 기간 종료를 한달여 앞두고 오는 2002년 2월28일 법인의 현행 문제점을 해결, 같은 해 3월31일까지 불이행시 법인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고도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상록원 감사당시 경기도 노인복지과 법인업무를 담당했던 노완호 담당은 “법인 사업기관 연장 불허 방침이 알려지면서 당시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불러 ‘왜 상록원의 사업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느냐’고 문책하기도 했다“며 “법인 관련 업무를 원칙대로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탐사보도팀=염계택·우승오·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 안양 땅 처분 행정조건 어겨

‘대금 전액 받은 후 소유권 이전’ 무시 상록원 “매입업체가 약정 어긴 때문 ”

상록원이 안양 땅 매각대금 전액을 받은 후 소유권을 넘기도록 한 재산처분 허가 조건을 무시, 결국 잔금 정산을 위해 소송까지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상록원은 경기도로부터 목전사업 개시기한 연장과 관련 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임에도 불구 법인재산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본보 취재팀이 상록원과 ㈜윌코리아 등에 확인한 결과 상록원은 지난 2000년 8월8일 군포시로부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435의9 860여평의 재산처분허가를 승인받았다.

시는 안양 땅 처분허가 승인 당시 법인이 사업개시 기한내에 노인복지시설를 설치·운영하지 못함에 따라 재산처분 허가요건을 엄격히 적용, 처분허가서에 안양 땅 처분시 감정가격 이상으로 하고, 반드시 매각대금을 수령한 후에 소유권을 넘겨주라고 적시했다. 또 매각대금을 정상적인 회계처리 절차에 따라 법인회계장부로 입금됐음을 입증할 수 있는 매매계약서와 법인 통장사본 등의 자료를 잔금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출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상록원은 지난 2001년 8월3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해 12월4일 안양 땅을 등기이전해 준 것으로 등기부상 확인됐다.

또 상록원은 윌코리아로부터 땅값중 잔금 13억원을 받지 않은 채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줬다가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결국 소송까지 제기, 받아냈다.

상록원이 안양 땅 매각시 땅값을 다 받지 못할 경우 소유권을 이전해 주지 말라는 행정당국의 재산처분 조건 이행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안양 땅 매각당시 경기도가 1차례 연장해준 법인의 사업개시 기한 재연장에 따른 법인실태 감사를 벌여 법인재산 처분과정이나 회계관리상 등 각종 문제점이 노출돼 사업개시 기한 연장 불가 통보를 했음에도 불구, 행정당국의 재산처분 허가조건을 재차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상록원은 노인복지시설비와 법인운영비 충당을 위해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법인재산의 감소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록원 김성곤 이사장은 “윌코리아가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당초 약정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아 땅값 잔금을 받기 위해 소송까지 벌였다”며 “법인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말했다.

■ 안양 상록원 땅 지금은

주상복합 분양 후 부도… 분양자들 비대위 결성

상록원은 안양 땅을 매매당사자인 박철언 전 국회의원의 처남인 A씨가 아닌 A씨가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던 제3자 회사 명의로 소유권을 넘겨 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본보 취재팀이 ㈜윌코리아와 안양 블루윌 아파트 비상대책위 등에 확인한 결과, 상록원은 지난 2001년 12월4일 안양 땅 매매계약을 A씨와 체결하면서 정작 땅의 소유권 등기이전은 ㈜윌코리아로 넘겨 줬다.

㈜윌코리아는 투자자인 박모씨가 대표이사로 있으며, 실질적 운영자는 땅을 매입한 A씨로 추정되고 있다.

윌코리아는 지난 2002년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의 안양 블루윌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했다.

분양자금을 관리하던 KB부동산신탁은 최근까지 모두 분양자가 낸 308억원(대물분포함)을 시행사인 윌코리아와 시공사인 영두종합건설에 각각 154억원과 153억원이 지급했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이 지난 2004년 10월부터 잔고부족을 이유로 공사비를 더이상 추가 지급하자 않아 공사가 중단됐으며, 그 여파로 시공사가 부도가 난 상태다.

이에 분양자들로 결성된 비대위가 시행사 등으로 지급된 분양금 사용출처를 확인, 자금회수에 들어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해 비대위는 윌코리아가 KB부동산신탁에서 지급받은 돈과 대물(아파트)로 공사현장 인근인 만안구 안양동 435의 15와 19를 각각 A씨가 운영하는 ㈜블루윌홀딩스와 A씨 부인명의로 구입한 사실을 확인, 다른 사람소유로 되돌려받은 뒤 재매입키로 했다.

그리고 비대위는 A씨가 윌코리아의 실질적 운영자로 간주, 공사중단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별도 법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상록원이 행정기관의 행정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채 안양 땅을 임의 매각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비대위측 정모씨는 “A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시행·시공사가 함께 건물을 사용하고 A씨가 시행사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던 점에 비춰 공사비가 A씨 회사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높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사과정서 민원이 제기돼 부득이하게 안양 땅을 매입한 것”이라며 “그러나 윌코리아 명의로 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제3자 명의로 등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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