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외국어 남용

‘미디어 오늘’이란 신문(10월11일~17일자)에 ‘방송프로명 60% 외국어 점령’이란 제하의 보도가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영어 투성이다. ‘뉴스라인’ ‘스타골든벨’ ‘레인보우 로망스’ ‘브라보 웰빙 라이프’ ‘사이언스 매거진 N’ ‘헬로 뮤직 쉐이크’ 등을 예로 들었다. 웬만한 시청자도 우리나라 방송이 우리 말로 하는 프로그램 명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명칭이 수두룩하다.

신문은 ‘한글문화연대’가 한글날을 기려 가진 ‘언론의 외국어 남용 실태와 대책’ 주제의 토론회 내용을 인용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YTN·SBS·EBS·KBS2·KBS1·MBC 등 6개 방송채널의 프로그램 412개 중 59.7%인 246개가 외국어 명칭이라는 것이다. 특히 YTN은 20개 프로그램이 하나만 빼고는 모두 외국어 이름이고, KBS2 역시 59개 프로그램 가운데 72.9%인 43개가 외국어 이름으로 다른 방송에 비해 외국어 사용 수치가 높다고 밝혔다.

신문의 외국어 남용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신문들이 불필요한 영어 어휘를 남용하고 심지어는 아예 영어만을 쓰거나 국적불명의 조어 영어 약자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신문을 우리말로 쓰지 않고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로 만들어 내는 것은 영자신문도 아니고 정말 웃기는 일이다.

이같은 영어 남용의 이유가 가관이다. “기자들과 관련자들이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쉽게 말해서 영어로 표현해야 그럴싸 해보이고 유식해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조선은 길거리(간판)만 보아도 미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임을 알 수 있습네다”라고 했던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북측 대학생 미녀 응원단원의 말이 생각난다.

어떻게 된 판인지 자주국방과 자주외교를 입버릇 삼는 이 정권 사람들도 영어를 남용한다. 무슨 계획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 으레 영어 투성이다. 길거리 간판이야 점포주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만 언론은 영어 남용을 반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공공단체 역시 영어 남용을 자성해야 한다.

우리 말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영어로 쓰는 걸 팔불출로 알아야 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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