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작품 엿보기 ⑦/인천 극단 10년후의 ‘사슴아 사슴아’

민중의 시각으로 그려보는 비운의 왕 목종의 정치이념

때는 997년 고려. 고려 제7대 목종(문상현 분)은 18세에 즉위하나 목종의 어머니인 헌애왕후(이경미 〃)는 어리다는 이유로 섭정을 선포하고 목종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린다.

권력을 잡은 헌애왕후는 성종 때 귀향보내진 자신의 정부 김치양(하성민 〃)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어머니 헌애왕후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던 목종은 헌애왕후와 김치양의 놀음 속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정권으로부터 소외된다.

뒤늦게 사실을 안 목종은 권력을 되찾아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나 이미 기울어져 버린 운명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고 점차 정권에서 소외되어 가자 권력다툼에 환멸을 느끼고 정사를 소홀히 하며 남색에 빠져든다.

누구도 나랏일에 관심이 없고 목종을 총애를 받는 충간(김성필 〃)과 충정(오대성 〃)은 점점 오만해져 정사를 좌지우지하게 되고 목종이 점점 심약해져 가자 헌애왕후와 김치양은 자신들의 핏줄로 왕위를 이을 음모를 꾸민다.

이같은 사실을 알아챈 목종은 강조장군(장경섭 〃)에게 도움을 청해 왕순(대량원군·김원영 〃)을 자신의 후계자로 정하고 김치양을 몰아내고자 하나 목종은 그가 가장 믿었던 강조가 일으킨 변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목종.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나운 맹수의 먹이가 돼 발버둥치며 죽어가는 여린 사슴을 생각해 보면 그 답을 찾지 않을까.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고려의 건국이념을 회복하려는 천추태후의 야심과 열여덟 어린 나이에 등극한 목종의 여린 정치를 통해 결국 아무 뜻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 목종을 민중이 바라보는 액자 형식으로 그렸다.

“병졸은 변방을 지킬 때 병졸이고, 중은 절간을 지킬 때 스님이고, 임금은 백성을 지킬 때 폐하인데…”라는 목종의 대사에 귀 기울여 보라./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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