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 ‘캐디’에게는 애환이 많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골퍼들의 무례한 언행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비신사적인 골퍼 유형으론 ‘치한형’ ‘몸매 감상형’ ‘ 과시형’ ‘오줌싸개형’ ‘작업형’ ‘깡패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강패형은 샷이 빗나갈 때마다 클럽을 집어 던진다.
그린에서 퍼트가 빗나가면 “네가 브레이크를 잘못 읽어서 그렇다”며 불같이 화를 낸다. ‘잘 되면 제 실력, 잘못되면 캐디 탓’을 하는 골퍼들 때문에 캐디들이 골치를 앓는다. 작년엔 라운딩 하던 현직 은행장이 캐디의 다리를 걷어 찼고, 모 방송사의 드라마에선 캐디에게 노골적인 수작을 거는 장면이 방영돼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직장인으로서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이다. 캐디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으로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데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부당 해고나 산재 사고 등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경기진행 독촉 등 골프장 수입 증대에 직결되는 업무를 하고, 회사의 직접 지휘 명령을 받고 있으며, 사실상 회사가 직접 모집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캐디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했지만 그러나 ‘직장 생활’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한 골프장은 올해 신규채용을 하면서 기존 캐디 가운데 32살 이상, 키 162㎝ 이하인 사람만 골라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은 암묵적으로 정해진 정년 35살 이상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다. 또 다른 골프장의 캐디는 “라운딩 도중 다쳐도 회사는 책임이 없고, 손님과 보조원이 일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휴가는 모두 무급이었고 심지어 고객이 골프채를 잃어 버렸을 때 캐디가 배상하는 골프장도 있다고 한다. 특히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2002년 이후, 사용자 쪽이 형식적인 계약 형태를 용역이나 파견 형식으로 바꾸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최근엔 직접 채용하는 형식을 피하기 위해 ‘캐디 양성학원’을 통해 취업 희망자를 알선 받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회사가 직접 뽑고 지휘하면서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건 법적으로 분명히 시비를 가려야 할 고약한 일이다. 캐디들이 계속 약자로 설움을 받을 순 없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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