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춤꾼’들

열린우리당의 난데없는 춤바람 시비가 요란하다. 지난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일행이 들쭉술 등을 반주삼은 오찬석상 무대에서 북측 종업원 미녀들과 어울려 춤을 춘 것이다. 원혜영 사무총장이 부채춤을 3~4분, 김근태 의장과 이미경 의원은 어깨춤을 1분여동안 춤춘 보도사진이 실로 가관이다.

“딸 같은 아이들이 권해서…”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란 게 춤꾼 당사자들의 변이다. 짐작컨대 이날 점심을 빙자한 주연은 북측의 계략임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는 그쪽 종업원 미녀들이 감히 이쪽 사람들에게 춤을 강권할 순 없는 일이다. 김 의장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다는 그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였는 진 잘 모르겠다. 어떤 분위기였던 북측 계략이 연출한 분위기만은 틀림이 없다.

집권당 지도층이 개성에서 분위기에 취해 춤판을 벌인 바로 그날 그 시각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핵실험 성공 축하 군중대회가 열렸다. 운집한 군인 시민 등 10만 군중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쉬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이 정부는 대북 제재 수위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미·중·일본은 유엔 안보리 결의 후속조치에 바쁘다. 이런 판에 덩실거리며 겉돈 집권당 지도층의 개성 춤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정말 넋나간 위인들이다.

항우가 유방을 죽이려 했던 홍문연 잔치에서 벌인 검무는 호탕했으나 살기가 난무하는 춤이었다. 2차대전 때 파리에 입성한 나치 독일군이 베르사유궁전에서 프랑스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가진 무도잔치는 화려했으나 프랑스 점령정책의 시발이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행은 원래가 당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던 방문이다. 그렇게 만류해도 뿌리치고 기어코 가더니 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자탄의 당내 목소리가 들린다.

북을 보듬는 것도 제 정신으로 해야 약발이 먹힌다. 주접 떨며 마냥 끌려가서는 체신머리만 더 잃는다. 북에 아양떤다고 전쟁이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북에 정색한다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김 의장 일행의 아양은 ‘혁명’을 말하는 저들에게 기만 더 살려주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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