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외국박사

박사(博士)는 삼국시대의 벼슬 이름이다. 학문이나 전문기술의 권위자에게 이 벼슬을 주었다. 고구려의 태학(太學)박사, 백제의 오경(五經)박사, 신라의 국학(國學)박사 등 이밖에도 많은 박사가 있었다. 고려에서는 성균관, 사천대, 태의감 등에 박사의 벼슬 자리가 있었다. 조선시대엔 성균관, 홍문관, 규장각, 승문원 등에 두었다. 품계는 구품도 있었으나 대개 칠품이었다.

현대사회의 박사는 전문 학술에 관하여 연구가 깊고 일정한 업적을 올렸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학위다. 각 대학교 대학원위원회의 학위 논문 심사를 전공 부문에 따라 거친다. 예전처럼 박사가 귀하진 않지만 그래도 박사쯤 되면 일가견을 이룬 학자다. 꽤나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짜박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들통나곤 하여 세인의 냉소거리가 되고 있다. ‘가짜박사’는 외국박사가 단골이다. 국내박사보다 외국박사가 더 행세하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속에 가짜 외국박사가 판을 친다.

이번에 알려진 가짜 외국박사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 퍼시픽예일대, 코언신학대 그리고 러시아 극동예술아카데미 등 네 군데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학술진흥재단이 확인한 결과 자국에서도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받은 가짜 외국박사 중엔 석사 학위를 받은 지 1년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예도 있다는 것이다. 학적에 이름만 걸어놓고 돈 주고 가짜학위를 산 셈인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이름만 걸어놓은 재학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짜박사는 학문의 절도범이다. 형설의 공을 닦지않고 돈주고 가짜학위를 사는 학문의 절도행위는 가히 파렴치범이다. 학술진흥재단은 이 네 군데의 박사학위로 신고된 154명의 가짜 외국박사의 학위 인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버젓이 행세하고 있는 사람이 적잖은 모양이다. 대학 교수, 큰 교회 목사, 정부 산하기관 간부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이들의 얼굴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 지 궁금하다. 외국박사의 국내 인정 절차에 대해 허점이 없는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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