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진료를 범인 수사와 비유한다. 어디가 아픈가를 정확히 알아내어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정확한 진범을 가려내어 제대로 잡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환자가 진료받던 병원을 옮기면 으레 되풀이 되는 것이 각종 검사다. 전에 진료를 받던 병원에서 진료기록부를 떼어다 주어도 소용이 없다. 환자가 이에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이의를 제기하면 의사가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전의 검사나 처방을 확인해야 정확한 진단과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의사가 진단한 병명이나 상태 등이 진범인 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과 같다. 가령 오진한지도 모른 것을 그대로 믿고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환자들 진료 내역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병원 간을 연결하는 보건의료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중 삼중으로 받는 검사를 중복으로 받지않게 된다. 연간 약 4조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니 꽤 많은 돈이다.
그런데 반대론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개인정보의 누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질병기록은 남이 알기를 가장 꺼리는 프라이버시에 속한다. 이런 프라이버시가 병원 간에 공유하는 의료정보화로 새어나가면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모양이다. 의료정보 누설은 고의로도 있을 수 있지만 고의와 상관없이 누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정보화사업이 개운찮은 이유는 또 있다. 병원을 옮기는 것은 진료효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이 잘 낫고 있으면 굳이 병원을 옮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새로 간 병원의 주치의가 전에 진료받던 병원의 각종 검사 등을 다시 확인 검사하는 것은 중복검사이긴 해도, 확인 안 하면 환자가 꺼림칙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의료정보화사업으로 환자가 중복진료를 안 받게 하는 것을 나쁘다 할 수는 없다. 문제점은 두 가지다. 개인정보 누설과 병원 간의 상호 신뢰 문제다. 개인정보 누설도 중대하지만 더욱 중차대한 것이 진료의 신뢰 관계다. 병원간 병원, 의사간 의사 간에 서로가 믿을 수 있는지가 솔직히 의문이다. 의료정보화사업은 이런 의료계의 신뢰 담보가 전제 조건이다. 충분한 검토와 많은 의견을 듣고 결정할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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