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은 자동차의 족보다. 무엇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번호판이 가지 가지다.
자가용의 경우 우선 시·도명이 적혀있는 초록색 바탕에 흰 글씨로 된 지역번호판이 있다. 2004년 1월 전국번호판이 나오기 전에 있었던 기존의 번호판이다. 기존의 지역 번호판에 이어 나온 새 전국번호판 역시 바탕은 초록색이지만 시·도 표기를 없앴다. 그런데 새 전국번호판 디자인이 엉성하다는 네티즌의 비난이 번호판이 나오자마자 빗발쳤다. 건설교통부 실무자들이 도안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건교부는 이래서 그동안 준비해온 새 전국번호판을 또 만들었다. 흰 바탕에 검정 글씨로 번호를 새긴 길쭉한 모형의 번호판이다. 세련된 유럽형의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디자인했다고 한다. 오는 11월부터 새 차에는 이 번호판을 달도록 했다.
한데, 이게 또 문제가 생겼다. 길쭉한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범퍼가 새로 설계된 차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존의 차종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차종까지 유럽형 번호판을 달도록 하려면 자동차업계의 부담이 너무 커 건교부는 결국 또 하나의 번호판을 만들었다. 기존의 크기와 같은 그러니까 색상 등은 유럽형 번호판과 같아도 길쭉하지 않은 또 하나의 기존 차종의 새 번호판을 만든 것이다.
이러므로 오는 11월부터는 흰색바탕의 두 가지 새 번호판이 쓰이게 되어 기존의 두 가지 번호판과 함께 무려 네 가지 번호판이 달린 차량이 거리를 누비게 된다. 이 무슨 혼돈인가, 웬만한 사람은 헷갈리기 마련이다. 알아보기 쉽도록 하는 자동차 족보의 기능을 제대로 다 한다할 수가 없다.
건설교통부는 명색이 중앙정부 부처다. 중앙 부처에서 하는 일이 이 모양이다 보니 이에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 하는 일들이 안일해도 너무 안일하다. 이러고도 누구 하나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네 가지 자동차 번호판이 굴러다니는 나라가 우리 말고는 다른 나라엔 그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심히 창피한 노릇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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