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맨틱 홀리데이' 캐머런 디아즈

할리우드의 몇 안되는 여성감독 낸시 마이어스의 새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에서 주연을 맡은 여배우 캐머런 디아즈를 만났다.

미국 LA 베벌리 힐스의 에르미타주 호텔에서 만난 캐머런 디아즈는 영화 속에서 늘 보아오던 금발머리를 밤색으로 물들이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스키니진이 가장 어울리는 대표적인 미인으로 거론되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스키니진에 반소매 재킷을 입은 산뜻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스키니진의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윌리엄 라스트"라고 대답했다. 참고로 윌리엄 라스트는 가수이자 디아즈의 연인인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만든 청바지 브랜드다.

21살 때인 1994년 짐 캐리와 공연한 '마스크'로 데뷔한 후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 '미녀 삼총사' 갱스 오브 뉴욕' '슈렉'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디아즈는 줄리아 로버츠에 이어 두번째로 영화 한 편의 개런티가 2천만 달러가 넘는 여배우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등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만들어온 마이어스 감독이 쓰고 연출한 크리스마스 영화.

미국과 영국에 각각 사는 두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집을 맞바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로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캐머런 디아즈,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 잭 블랙 등 호화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 영화에서 디아즈가 맡은 역은 미국 여성 아만다.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지만 연인의 배신으로 즉흥적으로 떠난 런던에서 집을 맞바꾼 영국 여성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의 오빠 그레이엄(주드 로)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디아즈는 '로맨틱 홀리데이'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대단한 작가로 정말 좋은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마이어스 감독이 대단한 것은 우리에게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만든다는 점이지요. 낭만적인 옛날식 영화 말입니다. 영화 속에 멋진 로맨스가 들어 있는 그런 영화 말이에요."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리고 또 역할을 잘 소화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도 역시 그 공을 마이어스 감독에게 돌렸다.

"마이어스 감독의 비전을 담은 영화이므로 많은 부분이 그녀의 몫이지요.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대사 하나하나 완벽할 정도로 잘 쓰였습니다. 그래서 배우로선 시나리오가 잘 설정해놓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느낌과 흐름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요. 그녀가 이전에 만든 영화들에 대해 아는 것도 한 몫을 합니다. 마이어스가 만드는 작품들은 기복이 없어요. 항상 재미있거든요."

마이어스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네 명의 배우를 염두에 두고 집필을 했다는데, 디아즈는 "다행히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출연하게 돼다"고 흡족해하면서도 "케이트 윈슬렛과는 같이 나오는 장면이 없어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에서 디아즈는 런던으로, 윈슬렛은 캘리포니아로 각각 집을 바꿔 휴가를 떠나니 말이다.

"딱 한 장면에서 두 여자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이어스 감독이 상대방 대사를 해주었기 때문에 윈슬렛과는 만날 기회가 없었지요. 그녀는 대단한 배우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의 한 사람이에요. 주드 로 또한 칭찬할 말이 모자랄 정도로 성실하고, 매력적이며, 매우 편안한 상대였습니다."

자신이 맡은 아만다 역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다보면 자신과 비슷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곤 하지요. 아만다는 매우 의지가 강한 여성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복잡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커리어 우먼으로선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이고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성공적인 사람이지만, 사생활에서는 확신이 덜하고 성공적이지 못한 인물이에요.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고 또 평생 알지 못할 겁니다. 그들이 뒤에서 귀엣말을 하는 것을 듣기 전엔 말이지요. 아만다 역시 사람들이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많은 여성이지만 자기 자신을 채 알지 못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나이인 탓도 있지요. 우리 모두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나요."

어려서부터 다소곳한 여성적인 이미지를 가꾸기보다는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는 등 바깥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디아즈는 자신이 휴가를 보낸다면 친구들과 스노보드를 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답했다.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일을 매우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영화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야외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지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고. 숲을 거니는 것 만으로도 좋고, 스노보드나 서핑 등을 하는 것도 좋아요. 특히 스노보드는 스릴 만점입니다. 전 스피드를 좋아합니다."

스노우보드를 타던 중 누가 와서 부딪치는 바람에 손목이 부러진 적이 있는 디아즈는 어려서부터 활동적이어서 코를 네 번 부러뜨리는 등 말괄량이로 컸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원했지만 딸을 둘 얻어 그 딸들이 온갖 스포츠를 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컸다고 한다. 디아즈는 자연산 금발에 푸른 눈을 지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사실은 라틴계 뿌리를 지니고 있고, 그 점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쿠바 이민 3세이고, 또 쿠바인들이 많은 동네에서 컸기 때문에 쿠바는 어렸을 적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지금도 쿠바 음식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늘 먹고 지내야 합니다."

그는 "내 어린 시절은 아직 비디오게임이 나오기 전이어서 바깥에서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언덕 아래로 질주하면서 놀았다"고 털어놓았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성장한 그는 '인디아나 존스'가 처음 나왔을 때 거의 매일, 어떤 때는 하루 두 차례 극장에 보러 가 "아마 한 80회는 보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거의 외우다시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깊은 영향을 끼친 영화로는 '컬러 퍼플'을 꼽았다. "지금도 그 영화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글썽할 정도로 감동이 우러난다"면서 "자매간의 유대감 등 처음 볼 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내가 영화를 보면서 나 자신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었던 첫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 만족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 감독을 위해 연기를 합니다. 감독 의존도가 매우 큰 배우에 속하지요. 첫 영화인 '마스크'를 찍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 척 러셀 감독에게 모든 것을 의지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감독과의 관계는 제게 매우 중요했지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제 연기가 엉망이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감독이 좋다고 하면 전 괜찮아요. 그만큼 감독에게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슈렉3'의 목소리 연기를 한 그는 "애니메이션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매번 만들 때마다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더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미국에서는 12월8일, 한국에서는 6일 뒤인 14일 개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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