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이 ‘급성심부전’으로 10월22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후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 상태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전 대통령이 칠순과 팔순의 고령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노태우(74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 수술을 받은 뒤 계속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도 응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정기진료를 받는다. 등산이나 동네 산보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한다.
폐렴 증세로 입원했던 김대중(80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임에도 최근 목포를 방문하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신장기능 이상으로 주기적인 투석치료를 받던 중 폐렴증세까지 겹쳐 입원했지만 북한 핵 실험 이후 국내외 언론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전남대와 서울대 등에서 강연도 했다.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고 손체조를 하는 정도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한다.
김영삼(79세) 전 대통령은 워낙 건강체질인데다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아침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단다. 매일 아침 1시간 30분간 배드민턴을 치고 산행을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학생 때부터 33년간 조깅을 하신 체질이어서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장담한다.
전두환(75세) 전 대통령도 매일 아침 5시 이전에 일어나 마당에서 아령과 줄넘기로 체조를 하고 일요일 마다 동네에서 지인들과 배드민턴을 친다. 육사 시절 축구팀 골키퍼를 맡았던 전 전 대통령은 지금도 건강엔 문제가 없다. 특별한 지병도 없고 감기도 1년에 한두번 앓을까 말까하는 정도란다.
재임시절, 누구랄 것 없이 대통령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생 인정 많은 국민들이다.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지금 무슨 생각에 젖어 지내는지는 모르지만, 자기 업적 자랑하는 ‘자서전’은 말고 ‘참회록’을 집필하면서 장수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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