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헤이그 왕립음악원 '메시아'

시대가 바뀌고 악기가 진화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바로크 시대 작품들은 연주가 단절됐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경우, 바흐 사망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멘델스존의 지휘 아래 다시 부활한 바 있다.

이런 작품들과 비교할 때 헨델의 '메시아'는 대단히 이례적인 작품이다.

초연 이후 작곡가가 생존할 당시는 물론 사후에도 꾸준히 연주되었으며, 그 전통이 끊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유행과 문화가 변천하면서 그에 적절한 스타일로 변형돼 왔다. 때문에 '메시아' 공연의 역사는 고전 음악 연주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헤이그 왕립음악원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한 '메시아' 원전 연주는 당대 이 작품이 어떻게 연주되었는가보다는 오히려 고전음악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었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무대였다.

고음악과 원전연주(고전음악을 악기와 악보 모두 당대 스타일 그대로 복원한 연주) 연구에 있어 최고봉에 속하는 헤이그 왕립 음악원은 안너 빌스마, 쿠이켄 형제, 톤 쿠프만, 앤드루 맨츠 등 현존하는 최고의 원전 연주자들을 배출한 바 있다.

헨델은 이 작품을 위해 구체적으로 편성이라든가 성악 성부를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 자신이 생존해 있을 당시에도 연주 여건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수십 대의 악기와 수십 명의 합창단이 이루는 대편성으로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오늘날의 메시아 연주와 비교할 때, 최대한 시대에 근접하고자 시도한 이날 편성은 대단히 소박했다.

열 네 명의 합창단원에 현 파트는 6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2대의 첼로, 1대의 콘트라베이스로 이루어졌으며 헨델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보에가 생략된 가운데 목관은 파곳과 두 대의 호른이 주축을 이루었다.

또 화려한 사운드를 위해 트럼펫 두 대와 팀파니 1대, 그리고 오르간과 하프시코드가 각각 1대씩 중앙에 배치되었다. 단원 중에는 일부 한국에서 활동하는 바로크 연주가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소리를 내기 위한 최소한의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빚어내는 '메시아'는 불필요한 과장과 무게를 털어내는 대신 간결하고 청아하면서도 맑은 사운드를 지향했다.

연주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날렵하고 빨라졌으나 템포와 강약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다이내믹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현대 주법과 가장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은 역시 현악 파트의 주법이었다. 짧은 보잉과 잘게 토막난 프레이징의 사이사이는 장식음 및 유연한 리듬감으로 채워졌으며 이를 통해 음악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독창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음역은 소프라노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에스더 에빙에는 이날 지휘자 자크 오흐가 지향하는 소리에 가장 부합하는 소리를 내며 이날 공연에서 전반적인 무게 중심의 역할을 하였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카운터테너 피터 드 그루트는 발성 중 음역이 흔들리고 박자를 놓치는 등 컨디션의 난조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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