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상함을 읊은 노래 중 경기민요의 하나인 ‘노들강변’만큼 절묘한 것도 드물다. 정서적 서사조의 노랫말과 세마치 장단 가락의 조화가 아주 잘 어울린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무정세월 한허리 칭칭 동여서 매여나볼까/에헤요 봄버들도 못믿으리로다/흐르는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무정한 세월을 못가게 버들가지에 동여매도 무심한 강물처럼 흘러만 간다는 ‘노들강변’은 193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다.
신불출 노랫말에 문호월이 가락을 붙였다. 신불출은 일제치하에 저항하는 해학적 만담으로 성가를 널리 떨쳤던 만담가다. 8·15 광복이 되고나서 얼마 안 되어 월북했다. 문호월은 독학으로 음악 수업을 하여 악단 단원으로 활약하면서 ‘노들강변’ 외에 ‘봄맞이’ ‘섬색시’ 등 신민요조의 가요를 작곡했다. 그의 고향 경북 김천엔 1980년에 세운 ‘노들강변’ 노래비가 있다.
노들강변은 노들나루 강변이다. 노량진의 옛 지명이 노들나루로 교통의 요지였다. 관아에서 배를 두어 서울에서 남행하는 행인이나 영호남과 기호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행인들이 한강을 건너도록 편의를 도모했다. 이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도승’(渡丞)을 두었다. 품계는 종(從) 구품(九品)의 미관말직이지만 당당한 벼슬자리다. 큰 나루터에만 두었던 벼슬이다. ‘도승’을 ‘도진별장’(渡津別將)으로 직명을 바꾼 것은 영조 때다.
세상사는 어수선해도 한치 어김없이 가는 것이 세월이다. 태평세대나 난세나 세월이 가는덴 다름이 없다. 오늘은 입동(立冬)이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 엊그제까지 시원하게만 느껴졌던 차가운 아침 세숫물이 싫어져 데운 물을 찾는다. 길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터워졌다. 집안 살림의 겨우살이 채비가 바빠졌다. 이달도 어언간 보내면 올 마지막 한달인 12월이다.
없는 사람 살기엔 어려운 것이 겨울이다. 하지만 겨울도 한 철이다. 노량진 옛 노들강변엔 지금도 버드나무가 있다. 한강수처럼 흐르는 세월을 버들가지에 묶어둘 수는 없어도,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는 새봄은 어김없이 또 온다. 희망을 억지로라도 갖고 산다. 희망은 따먹는 다 익은 열매이기 보단, 잘 익도록 열매를 가꾸는 것이 행복을 일구는 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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