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손길 맞닿는 ‘통일의 창구’
인천항과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동항을 연결하는 카페리 항로는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중국 등 3국을 연결하며 통일과 협력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단둥은 중국 도시 가운데 북한측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며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70~80%가 이곳을 경유해 들어간다. 따라서 단둥은 북한측 입장에서 중요한 물류의 거점 역할을 해주고 있고, 남측의 입장에서는 통일의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용천 폭발사고때는 대부분의 구호물자가 인천항에서 출발, 단둥을 통해 들어갔고, 이후에도 인도적인 물자 지원 모두 이곳을 통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놓고 볼때 단둥의 동항은 단순한 중국의 항만이 아니라 우리와 북한을 잇는 중요한 항구이다.
건조된지 30여년이 다된 노구를 이끌고 인천과 단둥을 오가며 남북간의 물자를 수송하는 동방명주호를 따라 3국간의 인적·물류 교류의 현장을 가본다.
◇조선동포와 남·북한 사람 4만여명이 거주하는 공존의 도시-단둥
단둥은 상업, 무역, 관광, 금융 가공공업을 주로 하는 현대화 다기능의 국제도시 성격을 띠고 있다.
북쪽으로는 센양, 서남으로는 다롄과 연결된 곳으로 전체 인구 280만여명에 시지역 인구는 65만 3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조선족이 3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 한국사람들이 대략 2천여명, 화교출신을 포함 북한 사람들도 2천~2천500여명이 거주하고 있어 이곳은 남북한 사람과 조선동포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공존의 장이다.
인천항과 단둥 동항을 연결하는 카페리가 첫 뱃고동을 울리기 시작한 때는 지난 98년7월24일. 단동훼리는 1만1천t급 여객선 동방명주호를 띄우게 됐다. 인천과 단둥간의 직항거리는 454㎞로 처음에는 주 2항차를 운항했으나 몇해 전부터는 늘어나는 물동량과 인적 교류의 확대를 위해 주 3항차로 확대 서비스를 실시해 오고 있다.
◇꾸준한 물동량 증대-대북구호 및 지원물자 수송 통로
단둥 동항을 통해 인천항으로 유입되는 물동량은 대부분 북한산 수산물 및 철광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남북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이곳에는 북한과 중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화교출신 북한사람들이 소규모 무역상을 하고 있다.
의류제조업체인 리노챔 김태형 대표는 “단둥거주 상인들 대부분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활필수품을 사들여 북한으로 들어가 팔고, 북한산 송이버섯과 바지락 등 임산물이나 수산물을 구입해 다시 인천이나 중국으로 보내는 무역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북한과 중국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데다 북한에서 나는 임산물과 수산물 량이 줄어 들고 있어 무역량은 급감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북3성의 중심부 센양과 인근 도시에서 동항을 이용해 물건을 수송하기 때문에 매년 처리 물동량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주의적인 대북지원이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데다 용천폭발사고나 올해 발생한 대홍수 때 처럼 뜻하지 않은 재난을 만난 북측을 지원하기 위한 구호품 대부분이 단둥 동항을 통해 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구호 및 지원물자 대부분을 수송하고 있는 동방명주호는 정기 컨테이너선이 운항하지 않던 2001년 한해 동안 1만2천110TEU를 처리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과 복수취항한 2002년에도 물동량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5천TEU 이상이 늘어난 1만7천423TEU를 처리했다. 이어 지난 2003년 1만8천637TEU, 2004년 2만1천319TEU, 지난해 2만1천615TEU를 처리하는 등 매년 꾸준한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천시가 지난 98년 인천지역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53억4천여만원을 들여 조성한 단둥산업단지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물동량 증대는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입주 꺼려 물동량 증대에 한계
그러나 이곳은 중국의 변방인데다 몇해 전 북한의 신의주 특구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입주를 고려했던 국내외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이 입주나 투자의향을 접으면서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 아직까지 몇몇 중소업체가 들어와 있으나 이를 통한 물동량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단둥 한인회 황병노 사무국장은 “이 곳의 인건비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편이나 중국의 변방에 있다보니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중국 전역에 보급하고 해외에 수출하기에는 상당한 물류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물동량 증대의 한계가 있다”며 “단둥시 정부가 대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여의치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물자 뿐만 아니라 인적교류의 교두보
한·중 카페리 취항과 함께 중·고교 수학여행단들이 매년 꾸준히 중국을 찾고 있다.
카페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데다 대규모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해외 수학여행단의 단골 코스는 단연 압록강을 끼고 있고, 많은 고구려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단둥지역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단둥지역은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산 역사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단둥과 신의주 사이 압록강 단교와 북한 제3의 도시인 신의주가 눈앞에 펼쳐짐으로써 민족 분단의 과정과 아픔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취항 첫해인 98년 1만6천945명을 수송하는데 그쳤으나 이후 급증, 99년 6만1천576명, 2000년7만1천629명, 2001년 8만4천676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그러나 서해교전이 일어난 2002년 5만6천, 사스가 발명된 2003년 5만5천명으로 줄어 들었다가 최근들어 다시 연간 수송인원 8만명대를 회복했다.
/이영철기자 wyatt@kgib.co.kr
■방연팡 단동국제항운유한회사 여객부장
“남북 교류가 단둥 경제의 힘”
-인천과 단둥간 뱃길이 열리면서 이 지역의 변화상이 있다면.
▲항로가 연결되기 이전에는 이곳은 중국의 작은 변방 마을에 불과했다. 인적·물적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으나 항로가 열리고, 인천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활기를 찾았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후 인도적 지원물자가 급증했고,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도 늘면서 남북교류의 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여객 및 물자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현재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선박은 선령이 30년이 다된 낡은 것으로 고객들에게 좀더 안락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교체를 준비중에 있다. 올해 초 교체를 위해 선박을 구입했으나 이 역시 선령 과다 등의 문제로 뜻대로 되지 못했다.
빠른 시일내 대형 선박이 투입돼 물동량 수송은 물론 단체관광객들이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인천과 단둥간 항로의 전망은.
이곳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물량은 아직 충분치가 않다. 또 인천에서 들어오는 물동량 대부분도 대북 지원물자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단둥시에 조성된 공단에 대기업들이 입주해 활발하게 가동되면 물동량도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남북한의 교류도 그 만큼 증대될 것으로 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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