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질병’ 결핵 원인과 치료

‘결핵균’건강한 몸에선 맥 못춘다

최근 안산과 부산에서 고교생 60여명이 결핵에 집단 감염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결핵, 그러나 2003년 3만여명이던 결핵 신규 감염환자가 인식 부족과 관리 소홀 등으로 지난 2004년 3만1천500여명, 지난해 3만5천여명 등으로 3년째 증가하고 있다.

흔히 후진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발병률이 줄어 지난 90년대부터 급격한 감소율을 보이며 한때 거의 박멸단계에 온 것처럼 발표됐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X-선상 활동성 폐결핵 유병환자는 지난 2002년 기준 22만여명(인구 200명당 1명꼴)으로 일본의 3.1배, 미국보다 16.6배 높은 수치이다.(대한결핵협회 자료) 이 중 20대 생산연령층의 발병률이 높아 OECD 회원국 중 결핵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원인

예전에는 영양부족이 발병의 조건을 제공했다면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다이어트,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가 많아 결핵 유병률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입시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 생활패턴이 PC방 등 실내생활 위주로 바뀌면서 감염이 용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2주일 이상 감기 지속되면 의심

결핵이라면 흔히 폐결핵을 떠올리지만 결핵은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질병이다. 가장 흔한 폐결핵 이외에 결핵이 주로 생기는 부위는 흉막, 임파선, 뇌, 척추, 관절, 신장, 간 및 생식기 등이며 발병한 부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고 진단법도 다르다. 가끔 주위에서 늑막염을 앓았다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늑막염의 대부분은 바로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결핵균이 침범해 생기는 결핵성 흉막염을 뜻한다. 결핵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전혀 증상이 없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 등이 결핵의 초기 증세이지만 흔히 경험하는 것인만큼 자각하지 못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감기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폐결핵을 의심해 봐야한다.

◇결핵균 침입해도 건강하면 염려 없어

결핵은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섞여나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 다른 사람 폐에 들어가면서 발생된다. 그러나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누구나 결핵에 걸리는 건 아니며 결핵환자 모두 다 결핵균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다.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2주일 정도 결핵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전염성이 없어진다. 특히 어린이들에겐 결핵균의 단백질 성분을 팔에 주사해 2~3일 후 나타나는 반응을 통해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온 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가 도움이 된다.

◇약 복용 소홀하면 결핵균에 내성 완치 불가

예전에는 결핵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게 문제였지만 이젠 오히려 결핵 치료가 쉽다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더 문제다. 약을 6개월, 또는 그 이상 꾸준히 먹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다량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점과 복용시의 소화장애, 복통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점이다. 결핵균은 매우 끈질긴만큼 완치 전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먹으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그 다음에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은 더 많은 2차약을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완치의 가능성이 줄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결핵약인 리팜피신으로 복용 중 눈물이나 소변이 오렌지색을 띌 수도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료기간에는 반드시 금주·금연하고 보약이나 건강식품 등은 삼가는 게 좋다.

◇면역력 강화하고 수시로 실내 환기

결핵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정기적인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길러두는 게 가장 중요하고 결핵약을 복용한 지 2주일이 지나지 않은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핵 예방주사인 BCG는 흔히 생후 한달만에 맞는 주사로 주사 맞은 자리에 조그마한 흉터를 남길뿐 부작용이 심하지 않는만큼 반드시 접종하도록 한다. 자외선 살균효과로 바깥공기에는 결핵균이 없는만큼 실내공기를 자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도움말 모은경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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