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25일 창립 5주년을 맞는다. 2001년 11월 국민의 기본 인권보호와 인권 수준 향상을 규정한 국가인권위법 발효에 따라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성별·종교·인종·학력·신분 등에 따른 차별과 인권 침해를 조사해 시정· 개선 권고 조치를 내려왔다. 지난 10월까지 모두 2만59건의 침해·차별· 진정을 접수했고, 이 중 권고·고발·합의종결·법률규제 등 조치를 취한 건수가 884건(전체 대비 4.4%)에 달했다. 또 인권위의 권고조치가 수용된 경우는 394건이었다.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구금시설이 7천579건(44%)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3천677건), 국가기관(3천637건), 검찰(936건), 보호시설(59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루 평균 11건의 차별·인권침해 진정사건을 접수한 셈이다.
인권위가 굵직한 결정을 쏟아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도 많다. 구치소내 여성재소자 성추행사건 및 폭행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 정신병원 등 구금시설의 과도한 신체구금 등 인권침해 행위 시정 개선 등이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권고와 ‘살색’의 평등권 침해 용어 결정 등은 정부 부처가 받아들임으로써 제도화의 길을 열었다.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개선, 공무원 채용시 키·몸무게 제한 금지, 여의도 농민사망사건에 대한 경찰 징계 권고, 군인의 의료접근권 보장 권고 등도 주요 결정들이다.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와 북한인권 의견표명 등 사안은 정치권과 국가기관, 보수와 진보 간의 세 싸움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이 사회적 합의도출을 얻어내는 데는 아직 미흡했다. 한 예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재판에 대한 의견 제시나 관행· 정책 결정에 대한 권고, 진정사건 구제조치 등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법부에 영향을 미칠만한 결정이나 권고를 내린 것도 거의 없다.
인권단체의 협력부족, 정치권 및 여론 눈치보기도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국가기관, 학교, 언론, 시민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인권벨트를 형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권위의 결정에 보다 확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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