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돝 또는 도야지로 불려왔다. 돼지라는 명칭도 돝아지(도야지)가 변해서 된 것이다. 한자어로는 저(猪)·시(豕)· 돈(豚)·체(?)·해(亥) 등으로 표기한다. 돼지는 지신(地神)의 상징으로도 인식됐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상해일(上亥日)에 궁중에서는 나이가 젊고 지위가 얕은 환관 수백인을 동원해서 횃불을 땅위로 이리저리 내저으면서 ‘돼지 주둥이 지진다’고 돌아다니게 하였는데 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라고 하였다.
돼지에 관한 속신(俗信)도 많다. 산모가 돼지발을 삶아 먹으면 젖이 많이 난다고 한다. 또 돼지꼬리를 먹으면 글씨를 잘 쓴다고 믿으며, 꿈에 돼지를 보면 복이 오고 재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돼지꿈은 재물이 생길 꿈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의 음(音)이 돈(豚)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 해(亥)는 십이간지상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붉은 돼지해인 정해년(丁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온다. 정해년을 ‘붉은’ 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은 오행에서 정(丁)이 불을 뜻하기 때문이다. 황금돼지해는 이 붉은 돼지해 가운데서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더 따져 600년만에 한번꼴로 돌아오는 해인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는 특히 재물운이 많아 다복하게 산다고 알려져 있다.
음력 정해년인 2007년이 역술상 600년 만에 찾아 온 ‘황금돼지해’로 알려지면서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 ‘아기 갖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 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운’을 타고 난다는 속설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즘 산부인과 병원에는 ‘계획 임신’ 방법을 묻는 전화가 급증하고 있고, 일부 산후 조리원에도 예약자가 쇄도하는 등 저출산 시대에 모처럼 ‘임신 ·출산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은 의학적으로나 아기·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나 몸의 자연적 리듬에 따르는 게 가장 좋은 건 상식이다. 그러나 역술인들은 “황금돼지에 대한 속설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밝은 불(丁)과 맑은 호수(亥)가 만나는 정해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재물· 장원 급제 등 온갖 복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내년 돼지해에 맞추려고 출산 예정일을 늦추는 부부들도 있다고 하니 2007년엔 우리나라의 인구가 부쩍 늘어날 것 같아 흐뭇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