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항로를 가다/개방 앞둔 카페리 항로의 내일

‘항로개방’ 풍랑 거세도…‘한-중 가교’ 흔들림 없다

인천과 중국 항만들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지난 한해동안 인천항이 처리한 대중국 해상물동량은 2천400만t이다.

이는 국내 항만이 처리한 대중국 물동량 1억5천600만t의 15.5%로 부산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인천항이 수도권은 물론 중부권의 물류지원 중추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세계의 거대한 공장이자 각종 생산품의 소비시장인 중국과 황해를 사이에 둔 한국의 관계는 짧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관계 형성은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이 아니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고, 그 가교역할의 일익을 담당한 것이 바로 한중카페리다.

한·중 수교 이전인 지난 90년 인천~웨이하이간 카페리 항로가 출항한 이후 지금까지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뱃길은 모두 10개 항로로 늘어났다.

한·중 카페리 전체 13개 항로 중 이같은 노선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인천항을 빼고는 카페리 정책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카페리의 역할과 기능, 현황,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도전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원할한 물류 흐름을 위한 바람직한 카페리의 발전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카페리 항로의 현황

인천을 기점으로 하는 카페리항로는 지난 90년 웨이하이를 시작으로 91년 텐진, 93년 칭다오, 95년 다롄, 98년 단둥, 2000년 옌타이, 2002년 스다오, 2003년 잉커우, 2004년 진황따오, 지난해 롄원강을 끝으로 10개 항로가 취항하게 됐다.

해마다 처리하는 승객도 늘어 지난 90년 카페리 항로 출범 이후 한해동안 처리한 승객은 9천159명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으나 지난 한해동안 수송한 여객은 79만명에 이른다.

컨테이너 화물도 66만8천TEU에 이를 만큼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처음 중국 산둥성에서 출발한 카페리 교류는 지금은 요녕성과 강소성 등 3개 성과 교류를 이끌고 있다.

산둥성과 요녕성을 오가는 카페리선에 실리는 화물은 중국에서 만든 의류수입이 많고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원부자재들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반면 강소성은 중국횡단철도(CTR)를 이용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은 실정이다.

대인훼리 화물팀 강상근 과장은 “산둥성이나 요녕성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품중 가장 많은 것은 의류로 70% 가량을 차지하며, 다음이 수산물로 많을 때는 한 항차당 10TEU 이상씩 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3성 한국인연합회 홍성철 조직위원장은 “한국의 동대문에 밀집해 있던 의류공장들이 90년대 후반 한국의 고임금과 IMF환란 이후의 경기침체를 피해 칭다오, 다롄 등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계·전자류, 농수축산물, 철강·금속류 등이 주요 화물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기 맞은 카페리

매년 승객과 화물이 급증하는 등 승승장구만하던 카페리업계에 짙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는 항로 개방이라는 내부적인 문제와 저가 항공사의 잇따른 출현 및 중국 동부연안 도시들을 기항하는 직항로가 취항하는 등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한·중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중 해운회담을 열고 컨테이너항로는 오는 2009년 전면 개방하고, 카페리항로는 2012년 전면 개방키로 했다. 이 경우 화물의 데일리 서비스라는 장점을 갖고 있는 카페리로써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카페리를 이용하는 화물의 경우 컨테이너 전용선보다 운임이 50~100%까지 비싼 실정으로, 2012년 컨테이너 전용선 항로개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위동항운 이동영 이사는 “무분별한 항로개방은 화물 및 여객 운임의 저가·과다 경쟁을 불러와 그동안 여객과 화물의 안전적 수송과 양질의 해상운송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여객선 교체 등의 재투자가 이뤄질 수 없게 된다”며 “화주와 여객들의 피해를 양산할 우려가 높고 선사는 결국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5월 한·중간 합의로 그동안 남방항공만 운행하던 인천~다롄 노선에 아시아나 항공이 지난 8월부터 취항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1일 2왕복에서 매일 6왕복으로 운행횟수가 크게 늘어났고, 비용도 왕복 64만원에서 20만원대로 크게 낮아졌다. 이같은 영향으로 지난 10월 한달동안 인천항을 이용한 국제여객수는 6만1천2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9천226명에 비해 11% 감소했다.

여기에다 인천~옌타이간 화물 전용 항공기 항로가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페리 업계는 사면초과에 봉착하고 있다.

진인해운유한공사 이환구 부총경리는 “카페리선이 항공업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운임료를 낮추고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자구책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함께 인천항의 시설협소 및 국제여객선부두 신축사업의 부진도 카페리 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측은 최근 잇따라 인천항과의 추가 항로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늘어나는 항로를 수용할 만한 선석을 인천항이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실제로 연운항훼리를 운영하는 중국측 회사가 지난해 9월 추가 선박투입을 위해 자체적으로 모든 행정절차를 마쳐놓고 인천항에 추가 선박투입을 요청했으나 인천항의 선석부족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인천항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여객부두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수익성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건설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되면서 카페리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카페리업계 생존 전략

승객증가를 위한 서비스 개선과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카페리 선사들의 재투자와 경영혁신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지금까지는 물동량이 매년 급증해 큰 어려움 없이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항로가 개방되면 앉아서만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여객부 영업 역시 손쉽게 수학여행단 유치나 고정 고객인 보따리상에 안주하지 말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 개발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값싼 운송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카페리 문화를 선진국의 고급 유람선 및 요트와 같은 문화관광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승객과 화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중 관련 기관의 협조하에 승하선 및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화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개선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카페리에 승용차를 싣고 상대방 국가에 들어가 여행하는 등의 새로운 영역구축도 시급하다.

위동항운 유영창 이사는 “현재 관광객의 승용차 통관은 양국이 협의절차가 끝난 만큼 향후 큰 문제점이 없는 한 승용차에서 화물차 통관도 자유롭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한·중간 무역 교역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인천항이 겪고 있는 체선체화를 줄이기 위한 선석 확충과 장기적 안목에서 인천남항 준설토 투기장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신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다./이영철기자 wyatt@kgib.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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