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공관에까지 쇼핑백을 들고 와(이 안에) 돈이 들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23일 서울서 가진 최고경영자 조찬특강에서 공개한 말이다. 김 지사는 돈이 든 쇼핑백을 물리치면서 “(인정상) 저도 괴롭다”고 타일렀다고 한다. 부정을 경계해야 하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공개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지사 공관은 아무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런데도 돈뭉치를 들고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김 지사와 잘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업 로비를 시도했건, 인사 청탁을 시도했건 그가 누구라고 하면 잘 알 사람일 것 같다.
이런 사례가 있다. 도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꽤나 전도가 유망했던 분이다. 그가 어느 사업자에게 3천만원인가, 5천만원인 가를 받고 사업민원 하나를 들어주었다. 선거운동 기간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다. 동티가 안 나고 잘 넘어가는가 싶다가 사단은 엉뚱한 데서 벌어졌다. 그 사업자가 평소 사귀고 지냈던 여자가 투서를 한 것이다. 사업자는 자기 과시욕으로 “시장도 내 말 한 마디면 다 된다”면서 돈 준 사실을 얘기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둘 사이가 좋았을 땐 괜찮았는데, 무슨 이해다툼으로 토라져 갈라서게 되면서 들어두었던 얘길 투서질 한 것이다. 그 여자는 변심한 남자를 혼내주려 했던 것이 시장만 날벼락 맞았다. 부정으로 치부할 사람도 아닌데, 실수로 아까운 인재만 하나 망가지고 말았다.
공무원 비리가 들키면 ‘부조리’고 안 들키고 넘어가면 ‘복조리’라고 한다. 물론 안 들키고 넘어가는 수도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상상해 본다. 자신의 주변이 조금만 이상해도 간이 콩닥콩닥할 것이다. 이같은 불안을 무릅쓰고 비리를 저지르는 공무원은 정말 간이 웬만큼 부은 별종인지 모른다.
그러나 부정은 대개가 결국은 들통나기 마련이다. 사례를 든 단체장처럼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데서 사단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 공무원 범죄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고 했다. 하늘의 그물코가 엉성한 것 같아도 악을 건져올리는 덴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자(老子)의 말이다.
김문수 지사가 돈뭉치 쇼핑백을 물리친 것은 백번 잘한 처신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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