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화장실은 수세식이다. 재래식 청소는 고역이 많았다. 그래도 학생들이 다 했다. 교실은 난로에 조개탄을 태웠다. 처음 불을 지피는 게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온갖 불쏘시개를 동원해가며 조개탄에 불을 댕기고나면 교실안이 온통 연기 투성이가 되곤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이렇게 해서 난로를 피웠다. 교실 청소는 당번을 정해 날마다 돌아가면서 했다. 겨울에도 물걸레질을 했다.
국회예결위가 심의중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색다른 문제점이 생겼다. 교육부가 책정한 초·중고등학교 청소인력 지원비가 논란이 됐다. 전국 5천876개교에 238억원이 책정된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가 지원받은 돈으로 사람을 사서 청소를 시키는 것이다.
“청소도 교육의 일종인데 꼭 이래야 되느냐”는 국회의원들 질문에 “요즘 초·중·고등 학생들은 집에서도 청소를 안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부측 답변이다. “간단한 교실이나 복도 청소는 학생들에게 시키지만 화장실 청소는 학부모 등의 반발이 있어 아주머니들을 고용해서 시킨다”는 건 서울시교육청측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청소인 것 같다. 그러니까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학교 화장실 청소를 대신 해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논란의 초점이다. 재래식도 아닌 수세식 화장실 청소가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구 집이고 할 것 없이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과보호해 나약하게 키운다는 점이다. 이러니 아이들 체격은 좋아져도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체력만이 아니고 의지력도 없어져 충동적으로 되어만 간다.
이즈음은 청소 장비가 좋아져 집안청소 하는데도 큰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데도 ‘집에서 청소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식의 교육부측 말은 충격이다. 귀여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구별된다. 청소는 자기 주변의 정리다. 아무리 귀여워도 때로는 가르쳐 시켜야 한다.
공주처럼, 왕자처럼 키우는 것이 참된 모성애나 부성애는 아니다. 벌레먹은 과일은 엄마가 먹고 성한 과일만 골라주어 받아먹던 아이가 하루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벌레먹은 과일을 더 좋아해요!”라고. 아이를 잘못키운 엄마의 잘못이 큰 것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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