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엘레지

북측이 핵 실험후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선심쓰듯이 해가며 밝힌지가 꽤 됐다. 그런데도 날짜 잡기로 마냥 소일한다. 가까스로 날을 잡아 오는 16일 열릴 것이라더니 18일로 또 늦춰졌다. 회담이 재개된다 하여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미측의 선 핵폐기 증거 제시 후, 금융제재 논의와 북측의 선 금융제재 해제 후, 핵 논의의 샅바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때로는 회담 중단 사태도 겪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 6자회담이지 북·미·중 3자 놀음이다. 이른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하는 북·미간의 신경전인 것이다. 이 와중에 중국의 영향력을 받긴 하면서도 북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 6자회담을 둘러싼 작금의 분위기다.

정작 남북간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하는 일이 거의 있는 것 같지 않다. 일본이나 러시아보다 더 배제당하고 있다. 회담 재개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 정부의 의사를 물은 적도, 정부가 의사를 개진한 것도 별로 없다. 북측과도 통로가 막혀 있다. 평양정권은 6자 회담에 복귀하겠으니 빨리 대북지원이나 하라는 투다. 지원사업이나 할 때만 남쪽을 대화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 북의 대남 고자세다.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을 두고 역할이 없는 것은 평양정권에겐 무시당하고, 미국측엔 불신당하고, 중국으로부터는 멸시당하는 소치다. 또 평양정권이 핵 실험을 하기 전부터 이미 구상해 놓은 포석의 수순인 것이다. 즉 6자회담을 미끼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최대한 완화, 식량지원도 모색하면서 핵 보유국으로 가고자하는 시간 벌기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뾰족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의 공조는 말뿐, 되레 정보공유를 기피당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중국 등에 의해 겨우 정보를 입수하는데 그친다.

자주국방, 자주외교를 입버릇 삼던 이 정부가 결국은 ‘왕따’를 자초하고 말았다. 동맹없는 자주는 이불속에서 활개치는 꼴이다. 햇볕정책이며 포용정책은 햇볕만 쪼여주고, 포용은 오히려 북의 역 포용정책에 포용당한 형상이 되어간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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