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 음악계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단연 '모차르트'(1756-1791)였다. 그의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2년간에 걸쳐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펼쳤고,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음대 학장)과 허승연(독일 취리히 음악원 부학장) 등 연주자들도 모차르트 관련 시리즈를 기획했다.
유명 해외 연주단체들도 대거 내한해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과 쇤베르트 합창단을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11월25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모차르트의 미완성작 '레퀴엠'은 올해 최고 호연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의 '돈조반니'(프란체스카 잠벨로 연출. 4월20-23일)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모차르트 기념공연(5월20일)도 큰 관심을 끌었다.
소프라노 신영옥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10월10일),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부닌과 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5월17일) 등의 공연도 모차르트를 위한 무대였다.
금호아트홀이 슈만 음악회와 쇼스타코비치 음악회를 마련하는 등 슈만 서거 1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도 활발하게 열린 한해였다.
또 올해는 작곡가 안익태(1906-1965) 선생 탄생 10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그의 탄생일인 12월5일 KBS홀에서는 안익태기념재단 주최로 음악회가 열렸다. 올해 초 자필 악보가 발견된 안익태의 교향시 '마요르카'가 이날 국내 초연됐다.
하지만 그가 1942년 독일에서 만주국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지휘한 영상물이 발견되면서 친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는 또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이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규모로는 1997년 이후 최대로 꼽힐 정도.
특히 가을 들어 빈 필하모닉(9월21, 22일),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10월1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빈 베를린 앙상블, BBC심포니 오케스트라(10월21, 2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11월7, 8일), 뉴욕 필하모닉(11월15, 16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1월17-19일), UBS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11월23일),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가 1-2주 간격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이밖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초청 시리즈를 진행 중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주최로 NHK교향악단이 6월20일 한국을 찾았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도 7월 방한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펼쳤다.
아르농쿠르를 비롯해 자신의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이끌고 내한한 필립 헤레베헤 등 저명한 고음악 연주자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의미있었다.
그러나 빈필의 입장권 가격이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비싼 티켓값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는 1월 정명훈 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한 서울시향의 눈부신 변신이 화제였다. 서울시향은 올해 100여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의 총수입은 2년 전의 1억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23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베토벤 사이클은 전회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오페라는 예년에 비해 제작편수가 줄어든 가운데 대작들 위주로 공연이 펼쳐졌다.
예술의전당은 '돈조반니'와 '돈 카를로'(연출 이소영.11월7-11일)를, 국립오페라단은 '투란도트'(2월22-25일)와 '라 트라비아타'(11월19-23일)를, 한국오페라단은 두 가지 버전의 '토스카'(3월2-5일, 11월9-12일)를 무대에 올렸다.
11월 열린 '토스카'는 작곡가 푸치니가 직접 연출한 1900년의 로마극장 초연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 재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스카르피아 역), 소프라노 다니엘라 데시(토스카 역),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카바라도시 역) 등 세계적인 성악가가 출연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10월13-16일)은 한국적 색채와 작품성, 재미 등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동혁 형제를 스타로 탄생시킨 한국 피아노계는 올해는 '김선욱'이라는 옥동자를 얻었다. 김선욱은 9월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리즈콩쿠르에서 우승해 국내 음악계를 이끌 기대주로 떠올랐다.
국악계에서는 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희)의 활동이 빛났다. 7월 몽골 울란바토르 초원에서 펼친 음악잔치와 판소리 '적벽가'의 역사적 배경인 중국 츠비(赤壁)에서 열린 판소리 공연 등을 통해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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