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탓?

언론 탓으로 돌린다. 이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곤 한다. 정부의 정보를 제대로 안 쓰기 때문에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씨 못쓰는 선비가 붓타박 한다’는 꼴이다. 예를 든다. 부동산정책을 새로 낼 때마다 덩달아 뛰는 것이 아파트 가격이다. 그럼 또 이렇게 말한다. 눈앞만 보지말고 멀리 보라는 것이다. 이 정권 들어서서 아파트 가격이 평균 55%나 올랐다. 멀리 뭘 보라는 건가, 아뭏든 남의 탓 하는덴 선수다.

걸핏하면 편지쓰기 좋아한 분이 이번엔 ‘공무원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란 것을 또 썼다. 특정 TV를 지목하면서 많이 보라는 것이다. KTV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정홍보 케이블 채널이다. 정부시책을 여과없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방송이다 보니 대통령은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러고 보면 대통령이 언론에 요구하는 보도 수준이 KTV 같은 걸 원하는 모양이지만 아니다. 정부가 국정홍보 방송을 한다는 것 부터가 할 일이 아니다. 홍보가 잘 안 되어 일이 잘못되는 것 처럼 말하는 이가 노 대통령 말고도 또 한 사람 여기도 있긴 있는데 이들은 생각 자체가 틀렸다.

좋은 것은 감춰도 빛을 뿜고 나쁜 것은 감춰도 본색이 드러나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잘하는 일을 잘못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독자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잘못하는 일을 잘 한다고 하면 독자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 두려워 사실대로 말하는 것 뿐이다.

더러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두고 과대평가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을 종종 보지만, 또 잘못을 지적하면 침소봉대한다고 우긴다.

언론은 일꾼을 외면하지 않는다. 좋은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과묵한 일꾼에게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고 떠벌이 일꾼에겐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언론 탓을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건 없다. 대통령 편지 따라 KTV를 볼 공무원이 과연 있을까, 부질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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