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피겨여왕 김연아

가녀린 한 소녀가 나라의 명성을 온 세계에 떨쳤다. 장거의 무대는 지난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이다. 이 대회에서 역전 우승의 완벽경기로 기라성 같은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는 키 161㎝에 43㎏의 몸무게를 지닌 열여섯살 난 소녀다.

세계 언론은 지난 연초 주니어 챔피언에 오르긴 했으나 시니어 무대에선 무명이었던 새 피겨여왕의 탄생을 한결같이 주요 뉴스로 장식했다. 점프의 3회전 동작을 두 번 연속하는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등 고난도의 몇가지 주무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세계 언론은 극찬했다. 탁월한 유연성과 균형감각으로 고난도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는 해설이 뒤따랐다.

뛰어난 기술도 기술이지만 강인한 정신력의 소산이다. 부상으로 인한 허리 통증을 압박테이프로 인내했다. 부츠가 닳아 짝짝이 된 피겨화의 악조건을 티없이 극복했다. 예쁘장한 얼굴 어디에 그같은 참을성과 담대한 도전 의식을 지녔을까 하고 놀랄만큼 강한 의지가 몸에 뱄다. 상대가 강한 라이벌일수록 더 강해지는 불굴의 투혼을 스스로 불태운다.

한국 빙상역사 100년만의 첫 쾌거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다. 이런 국내 피겨스케이팅을 일약 세계 정상에 올려놨다. 여섯살 때 피겨화를 신기 시작했다. 지난 10년동안 하루 평균 5시간의 강훈을 묵묵히 해낸 피땀어린 각고의 열매다. 여기엔 소싯적에 피겨 선수를 꿈꾸었던 어머니의 눈물어린 헌신이 농축된 것으로 전한다.

아버지 김현석씨(49) 어머니 박미희씨(47)의 두 딸 중 둘째로 1990년 9월5일생이다. 군포 신흥초, 도장중을 거친 수리고 1학년생이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토토’가 가족 중 가장 많이 따르는 주인이다.

세계 무대에서 이젠 도전받는 입장이 됐지만 가능성은 앞으로가 더 많다. 지금부턴 누구보다 두려워할 강적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일 것이다. 은반의 여왕 김연아가 향토의 딸인 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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