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반발 우려 취소 오페라 공연 성사

독일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오페라) 극장이 무슬림의 반발을 우려해 취소했던 오페라 공연이 보안 당국의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성사됐다.

도이체 오퍼 극장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작품 '이도메네오'를 18일 저녁(현지시간) 무대에 올린다.

이날 공연은 경찰이 엄중한 경계를 펴는 가운데 열리며 관객들도 보안 수색을 받아야 한다. 또한 보안 당국은 배우와 관객들에게 폭탄 경보가 울릴 경우 대피하는 요령을 숙지시켰다.

도이체 오퍼 극장은 지난 9월 이도메네오 공연을 무슬림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취소했다.

고대 크레타섬을 무대로 한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는 지난 2002년 12월 초연 당시에도 주인공 이도메네오 왕이 해신 포세이돈과 예수, 부처, 예언자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를 들어 보인 뒤 4개의 의자에 놓아두는 장면 때문에 청중들로부터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도이체 오퍼 극장은 이도메네오의 11월 공연이 "예측할 수 없는 보안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계 당국의 경고가 있어 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이체 오퍼 극장의 공연 취소 결정은 지난 9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독일을 방문하면서 예언자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사악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한 14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마누엘 팔레올로고스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무슬림 세계의 분노를 야기한 상황도 감안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수 예술작품이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함에 따라 극장 측은 공연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슬림의 반발을 우려해 오페라 공연을 취소한 것은 "공포에 의한 자기검열"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언론 회견에서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점점 더 후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 초대된 독일의 이슬람 지도자들은 공연 관람을 거부했다.

독일 무슬림중앙협회의 아이만 마지엑 사무총장은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정치적 볼모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엑 총장은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아도 공연 취소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지엑 총장은 공연 취소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이는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보안 당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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