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지폐

논란이 됐던 10만원 짜리 돈이 나오는 모양이다. 2009년 부터 통용될 것 같다. 현행 최고 화폐인 1만원권 돈이 나온지 33년 만에 최고의 자리를 10만원권에 내놓게 되는 것이다.

1만원권이 나온 1973년에 비해 경제규모는 148배, 물가는 12배가 올랐다고 한다.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없어지게 되어 이에 소요된 연간 4천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10위 규모로 커진 경제위상에도 걸맞다고 한다. 달러화는 1000달러 짜리까지 있다.

독일은 2차대전 패전 직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장을 보러 광주리에 돈을 담아 가다가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돈은 꺼내놓고 광주리만 훔쳐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아무튼 인플레가 걱정된다.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씀씀이가 헤퍼진다. 물가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뇌물단가도 높아질 것 같다. 사과상자에 가득히 넣은 돈이 10만원 짜리가 아닌 1만원짜리일 것 같으면 되레 괘씸죄에 걸릴 것이다. 도대체 10만원 짜리로 사과상자를 채우면 얼마만한 금액일까?

서민층이 걱정이다. 솔잎(천원짜리), 단풍잎(오천원짜리), 배추잎(만원짜리)이던 것이 십만원짜린 무슨 잎이 될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10만원짜리 화폐는 서민층 일상과는 거리가 먼 ‘귀족화폐’라는 사실이다.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한 품삯이 같은 5만원일 지라도 만원짜리 다섯장 받는 것과 두 명이 10만원짜릴 나눠갖는 것과는 정서가 다르다. 기다리던 월급 돈이 만원짜리 묶음 다발인 것과 10만원짜리 10~20장인 것과는 기분이 다르다.

큰 돈은 아니어도 솔잎이나 단풍잎을 세고, 배추잎을 세곤 했던 서민의 재미도 이제 한물가게 되는 것 같다. 고액권에 눌려 돈 가치가 전같지 않을 터이니 재미가 전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민중은 이래서 이러나 저러나 살기가 고단하기만 한 모양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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