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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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평통자문위원회에서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안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낳을 것 아니냐”고 말하기가 무섭게 정부와 청와대가 ‘군 현역병의 복무기간 단축방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이 “(청와대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발언은 대선을 겨냥한 핵폭탄 투하이고,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병역 자원의 수급과 안보 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장기적인 국가과제로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안위상 군 복무기간 단축은 시기상조인데도 300만 ~ 400만명에 이르는 군 입대 연령층과 그 부모들의 표심이 무서워 소위 대선주자 중 누구 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고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국방부는 난색을 나타냈다. 당연한 반응이다.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병역법 제19조에 의해 6개월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국방개혁 2020’에 따라 현재 69만명인 군이 2020년 50만명으로 대폭 감축되는 데다 복무기간까지 단축할 경우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건 능히 예견된다. 더구나 2003년부터 군별로 복무기간이 2개월씩 줄어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해 지난해 하반기에야 단축 기간 적용이 완료됐는데 또 다시 단축하면 1980년대 이후 저출산으로 인해 인력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복무기간 단축은 또 업무숙련도를 떨어뜨려 결국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

병무청의 병역자원 수급동향을 보면 내년엔 20세 남자 32만1천명 가운데 현역 가용자원은 28만4천명인데 비해 현역 및 대체복무 소요 인력은 30만3천명으로 1만9천명이 부족하다. 2008년에도 1만6천명이 모자란다. 군별로 다른 복무기간을 24개월인 육군·해병대 기준으로 일치시킬 경우 해군은 2개월, 공군은 3개월씩 단축되는 셈이다. 이 방안은 검토해볼 만 하지만 좀 더 획기적으로 단축하자는 의견은 정말 가관이다.

육군과 해병대 기준으로 6개월을 줄여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하잔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1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단다. 군 복무 기간 단축안은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선심성 단골메뉴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 군을 아주 없애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게 신기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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