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선출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제럴드 포드 미국 38대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유일한 사람이다.
1973년 10월 애그뉴 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사임하자 닉슨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포드를 부통령으로 지명, 포드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 취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통령이 된지 10개월만인 1974년 8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하게 되어 대통령직을 이어받게 됐다.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대통령 자리를 두고 이처럼 쉽게 대통령이 된 행운이야말로 진기록 중에도 진기록이라 할 것이다.
포드는 대통령 취임후 닉슨을 사면한 것이 화근이 되어 1976년 대선에서 카터에게 패배했으나 나중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닉슨 사면은 용기있는 결단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드의 대통령 재임 기간은 불과 895일이다.
그러나 나라 안팎으로 괄목할 업적을 남겼다. 1975년 8월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34개국 지도자들과 맺은 헬싱키협정은 동구권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바람을 확산시켰다. 이에 앞서 같은해 4월 사이공이 월맹군에게 함락된 베트남전쟁 패배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을 미국민의 자존심에 호소해 상처를 치유하는데 힘썼다.
포드는 93세를 일기로 타계, 구랍 30일 미국의 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포드는 ‘사후 보도, 사전 회견’이란 또 하나의 희한한 일화를 남겼다. 자신이 죽은 뒤에 보도키로 한 워싱턴 포스터와의 생전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시 미국 대통령의 추모는 애절했다. “혼란의 시기에 나라를 이끌었던 포드 전 대통령은 정직성과 상식, 친절함으로 대통령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포드의 대통령 취임사는 그때 이렇게 이어졌다. “(국민의 직선이 아닌) 그래서 여러분의 기도로 인준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그 이상으로 훌륭한 대통령의 면모를 보인 사람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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