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반인륜적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은 법질서 확립을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범 J씨가 지난달 항소심에서 사형을 구형 받으면서 “부자를 더 해치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검사 자리로 돌진한 건 전반적으로 법질서 해이 및 공권력에 대한 조롱심리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04년 부녀자들과 노인, 장애인 등 20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씨 역시 재판 중 사형을 집행해 달라며 난동을 부리고 구치소에서 자살까지 기도했었다. 그런데 법무부가 유씨에 대한 사형 집행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형집행 명령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으며 법무부 장관의 사형명령이 떨어지면 5일 이내에 형집행이 이뤄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검거된 살인사건 피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을 살해한 유씨는 2004년 12월 사형을 선고 받았고, 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해 사형이 확정됐다.
유씨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들은 63명이며 모두 미결수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와 대구·부산구치소, 대전광주교도소 등 5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 건국 이래 사형 당한 사람은 998명으로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에선 사형 집행이 없었다.
1997년 12월 흉악범 23명에 대한 대규모 사형 집행이 단행됐을 당시 인권단체들은 “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이뤄진 무모한 인명 살상행위”라며 크게 반발했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사형반대 시민단체들은 “미국에서만 122명의 사형수가 무죄로 입증돼 풀려났다”며 “세계 129개국이 법률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상황”이라고 사형제도 폐지를 추구하고 있지만 만인이 목격한 살인범과는 그 죄질이 다르다. 사형수 출신인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75명이 발의한 사형제 폐지 특별법 상정 목적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이 전격 단행된 것을 두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키 위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면 반인류 범죄자를 살려둬서 어쩌자는 말인가. 듣기에 좋고 인간적이고 너그럽게 보이는 말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인명을 해친 자가 받아야 할 벌은 그와 상응돼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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