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군 중령인 제임스 본드는 007 살인면허를 지닌 첩보원이다. 고도의 무술, 기묘한 첨단장비, 늘씬한 본드걸, 박진감 넘친 스토리, 인기 가수들의 주제가 등으로 연작된 첩보영화로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다.
1962년 ‘007 위기일발’에서 1999년 ‘007 언리미티드’까지 19편이 제작됐다. 감독 테렌스 영, 루이스 길버트, 존 글렌 등 그리고 본드역의 숀 코넬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등의 출세작이다.
살인면허 번호 007은 로마의 권력자 시저가 비밀 정보부대를 지칭하는 숫자였다고 작가 이언 플레밍은 비화를 밝힌적이 있다.
유럽의 저명한 대학 교수들이 제임스 본드를 주제로 삼는 학술대회가 곧 열린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주관으로 파리에서 이달 중 열릴 학술대회에는 베르사유 소재 대학 등 쟁쟁한 지식인들이 참석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는 황당한 공상 첩보영화다. 그런데 이 속에서 펼쳐지는 의식구조의 배경, 사건의 쟁점, 심지어 등장되는 요리에 이르기까지 분석하는 갖가지 토론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첩보활동은 곧 스파이 활동이다. 스파이가 이처럼 지성인들의 연구과제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연작소설의 작가 이언 플레밍을 19세기 프랑스 대작가 발자크에 비유하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전쟁포로는 전쟁범죄자가 아니면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스파이는 다르다.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면 포로 대우를 받는 게 아니다. 범죄자로 취급된다.
제임스 본드 학술대회는 스파이문화의 조명이다. 스파이는 비록 범죄로 취급되지만 스파이의 중요성은 높게 평가된다. 세계의 냉전 체제가 사라졌다고 해서 세계 각국의 스파이 활동이 쇠퇴한 것은 아니다.
전략전술, 무기개발, 실전배치 등 군사분야만이 아니다. 정계 요인의 이면동향, 내재적 향배 등 정치분야, 이밖에 경제 및 산업스파이 등 더욱 다양하다.
첩보는 탐지도 중요하지만 기밀 누설을 막는 방첩 역시 중요하다. 탐지 능력이 떨어지면서 방첩마저 허술해서는 재앙을 면키 어렵다. 첩보는 곧 국력이다. 우리의 첩보 능력은 과연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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