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변호사의 전별금 시비

전별금(餞別金)은 동양적 집단문화의 정표였다. 개인문화가 발달된 서구사회에선 전별금이란 게 없다. 전별은 잔치를 베풀어 작별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전별금은 잔치를 베풀어 작별하면서 얹혀주는 돈이 되겠지만 꼭 잔치를 베풀고 나서 주는 것만은 아니다. 잔치는 없이 전별금만 주기도 한다. ‘석별’(惜別)이나 ‘미의’(微意)라고 쓴 봉투에 돈을 넣는다.

원래는 민간사회에서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으로 있었던 전별금이 크게 성행한 것은 공무원사회다. 전근 등으로 근무처가 옮겨지게 되면 으레 전별금이 건네지곤 했다. 이 역시 서로간의 정리상으로 주고 받았던 것이 공식부패로 변질된 것은 뇌물화하면서였다.

언제 또 어디서 만날지 모를 직장 상사에 대한 차후 기약의 보험으로 둔갑된 것이다. 공무원만이 아니고 이해관계가 얽힌 민간업체도 전별금보험이 동원되곤 했다. 이러다보니 한 땐 웬만한 기관장이나 고위 공무원이 전근하게 되면 전별금으로 크게 한몫 챙기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공무원문화의 변화로 자제된 전별금이 사법부에서 금기가 된 것은 ‘법관윤리강령’에 의해서다. 특히 변호사가 판사에게 건네는 전별금은 직무 관련상 있을 수 없는 일로 인식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처신이 이번에는 세금 탈루에 이어 변호사 시절의 전별금 공여 시비로 또 말썽이 한창이다. 법조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 아무개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100만원의 전별금을 주었다는 것이다. 더욱 듣기에 고약한 것은 대법원은 이같은 일을 조 부장판사의 검찰수사에서 드러날 것을 우려해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이와 관련된 일련의 무마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시사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이용훈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는 있다.

그러나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이듬해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서도 변호사들이 판사에게 뒷돈으로 준 일이 있어 영 개운찮다. 공무원사회에서 이젠 아주 사라진 것으로 아는 전별금 관행의 공식부패 망령이 사법부에서 어른거려 아직도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이 무척 유감스럽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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