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사상가 중 한 사람인 관자(管子·기원전 725~645년경)는 관중(管仲)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깊은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역경을 극복하고 환공(桓公)을 도와 제(齊)나라를 중원의 패자로 올려놓은 명재상, 제갈량(諸葛亮)이 자신을 관중에 비교했던 인물이었다.
관중이 실용주의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그의 정치사상이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관중과 그의 제자, 그를 흠모했던 사람들이 쓴 글을 집대성한 ‘관자’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목민(牧民)’이 다산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관중의 ‘목민(정치의 근본원리)’의 핵심은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이다. 경제와 실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우리 속담과도 흡사하다. 경제와 실용을 실천할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는 말은 2천6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이러한 경제와 실용이 관중 정치사상의 요체다.
관중이 경제와 실용을 중시했다고 해서 인간 삶의 근원이 되는 도(道)와 덕(德)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관자’의 ‘심술(心術· 마음의 기능과 수양방법)’편을 보면 “욕심을 비우면 신이 들어와 자리하고 깨끗하지 못한 마음을 말끔히 씻으면 신이 머문다”, “윗사람이 그 도를 떠나면 아랫사람이 직분을 잃는다”, “능력 있는 사람의 능력을 빼앗지 말며 아랫사람의 실질적인 일에 관여하지 말라. 흔들리는 사람은 안정되지 않고 조급한 사람은 고요하지 않으니 … 고요함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요하면 저절로 얻는다”고 하였다. 철학적·도덕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실용적인 대목이다.
통치자의 도덕과 철학에 대해 은근하지만 예리한 메시지를 준다.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을 중시했던 관중의 정치 경험이 담긴 ‘관자’를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독했으면 좋겠다. 이미 읽었다면 재독하기 바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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