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띠들의 삶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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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에 태어난 정해년생 돼지띠들은 올해 환갑을 맞는다. 이들은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던 때에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고 초등학교에서 우리 맛이 담긴 교과서를 처음 써본 사람들이다. 이 해 2월에 주민등록증의 전신이 되는 공민증(公民證)제도가 시행돼 1947년생은 태어날 때부터 문서에 대한민국 사람으로 기록된 첫 세대다. 그러나 4살이 되던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이는 같아도 초등학교 입학이 거의 달랐다. 대체로 1955년에 입학해야 하지만 10살이나 12살에 학교를 들어간 이들이 적지 않다. 1947년생 가운데 대학 65학번이 아닌 경우가 많은 이유다. 유년기·소년기·청년기에 6·25 전쟁, 보릿고개 등으로 죽거나 굶주리며 성장했다.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주역으로 저항의식이 몸에 뱄다.

1959년은 태풍 ‘사라’가 우리나라에 몰아쳐 900여명이 죽은 해다. 국가보안법이 이 해 2월 만들어졌다. 1978년 대학을 다닌 이들은 유신 정권과 신군부 정권 사이에 끼어 2학년 2학기 내내 대학은 휴교했고 그도 모자라 다음해 1학기까지도 교문은 늘 닫혀 있었다. 1980년에 들어서 1959년생은 정치가 휩쓰는 대학에서 일부 내지 상당부분 역할을 담당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학교에서 쫓겨나는 한편 이런 상황에 무심하게 공부했던 사람들도 있어서 1959년생들끼리는 각자의 활동과 영역에 따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보인다. 1980년대 중반부터 대학이 많이 늘어나는 시기에 대학원을 다닌 1959년생 돼지띠들은 학문분야 곳곳에 넓게 포진돼 있는 편이다.

1971년은 3선개헌 이후 처음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으며 고질적인 영남과 호남간의 지역감정이 시작된 해다. 이 해 태어난 돼지띠는 초등학교 무렵 10·26 사건, 1980년 광주 민주항쟁, 아웅산 사건에 놀란 세대다. ‘똘이장군’을 보면서 “무찌르자 공산당!”을 외쳤던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학교를 다녀 고교 때부터 ‘의식화 교육’을 받은 세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형식적 민주화가 갖춰 가던 때에 고등학교를 다녔고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화의 문이 열린 후 대학에 들어온 90학번이다. 정변(政變)이 소용돌이 칠 2007년 출생 돼지띠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바라건대 길운과 행복의 상징이었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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