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사자 유해발굴

국방부는 얼마전 ‘6·25전사자유해발굴감식단’을 발족했다. 육군은 지난 2000년부터 각급 부대에서 파견된 10여 명으로 유해발굴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이다. 강원도 홍천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국군의 한 유골이 발굴됐다. 신원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밀검색 끝에 수통에 대검으로 이름을 새긴 흔적을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은 ‘張福童’(장복동)이었다. 육군본부는 9사단 30연대 소속의 장복동 일병임을 확인했다. 고인의 유해 수습은 유족들에게 통고됐다. 실로 55년만에 혼백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갓 시집 와서 새신랑을 전쟁터에 보냈던 신부는 여든이 다 된 할머니가 되어 남편의 유품을 안고 오열을 터뜨렸다.

육군유해발굴파견단은 그동안 1천484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다. 그러나 13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사자 유해를 찾아내기엔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래서 85명 규모의 전문가들로 구성, 국방부 직할부대로 창설한 것이 유해발굴을 본격화 할 ‘육군유해발굴감식단’이다. 유해발굴에서 신원식별에 이어 유가족 확인까지 도맡은 감식단은 유전자감식장비 등 각종 기자재를 도입했다. 고고학, 체질인류학 등을 전공한 민간인 9명도 특별 채용했다.

앞으로 13만명의 유해를 발굴하는 덴 수 십년이 걸리겠지만 나라를 지키다가 산화한 유해를 무한정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이에 대해 “과거도 과거지만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어느 군 관계자의 말은 아주 적절하다.

대한민국 헌법의 법통을 부정하는 사람들 같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사자 유해발굴에 국민적 관심이 요구된다. 세상엔 자칭 애국자가 많다. 하지만 침략자와 맞서 목숨 걸고 싸운 참전용사, 목숨 걸고 싸우다가 끝내 산화한 전사자보다 더한 애국자는 없다. 목숨을 내걸지 않은 말로만 하는 애국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젊은 목숨을 바친 이들이 있었으므로 오늘날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으므로 하여 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런데 영화를 누리는 사람들 중 이들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위인이 있어 분노를 자아내게 만드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 가를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