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외유병

국내 공직자들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외유병이다. 자기 돈으로 가라면 돈이 아까워 안 갈 사람들이다. 공직자의 외유병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내돈 안 들고 좋은 구경 한 번 하자는 심사다.

지방의원의 외유병이 지방의원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유에 자제를 당부한 것은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문인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새로운 출범을 하자마자 외유 소동을 빚어 지역사회의 세찬 지탄에 자숙의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병이 다시 도졌다.

더욱 가관인 것은 외유의 분별을 가리기 위해 의회안에 만든 ‘공무국외심사위원회’(공심위)란 게 허깨비라는 사실이다. 자치행정위의 유럽 외유를 ‘계획안의 미흡’을 들어 부결시킨 지 이틀만에 승인으로 번복한 것은 ‘계획안의 미흡’을 제대로 보완해서도 아니다.

‘공심위’가 이토록 윽박지르는 외부의 반발에 굴복할 요량이면 있으나 마나하여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자치행정위와 함께 부결시킨 예결특위도 재심의를 요청하면 번복 안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렇다 보면 앞으로는 번복하기 보단 아예 처음부터 승인하는 것이 마음 편할터이니 외유병을 합리화시키는 ‘통과위’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 공적이든 사적이든 외국 나들이를 한 두번 했을것도 아닌데 뭘 그토록 나가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말이 해외연수지 관광하러 나가는 것 아닙니까…” 어느 전직 도의원의 체험담이다. 연수계획서란 것에 적힌 관련 기관을 지나가듯 들르는 마당에 연수는 무슨 얼어죽을 연수냐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말 몇 마디 듣고 사진 찍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어느 외유에는 경기도가 7천200만원의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모양이어서 그 배경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도가 외유병을 부채질하는 연유가 듣기 거북할 만큼 나쁘게 흘러나오고 있다.

연수를 꼭 하고 싶으면 해외연수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내연수를 해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국내연수도 안 하는 판에 해외연수라면 사족을 못쓰는 치기가 영 걱정된다.

도민의 혈세를 펑펑 써가며 다녀와서는 출장복명서를 뭐라고 얼마나 성의있게 쓸 것인지 의아스럽다. 전에는 출장복명서도 없었던 걸로 안다. 이제 기왕 쓰는 것이라면 개개인마다 다 공개하여 평가받는 방안이 강구되면 좋을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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