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안 한 싱글 여성은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서 여성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민주)이 새 이라크 전략을 둘러싸고 미혼 여성인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에게 던진 독설이다. 지난 11일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당신은(남편이나 아들의 죽음 같은 정신적 고통을) 특별히 부담할 것이 없지 않느냐”며 그같이 몰아 붙였다.
이에 라이스는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그 어떤 노력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반박하자 박서는 ‘그게 논의의 핵심이 아니잖느냐”며 윽박질렀다. 사생활 공격을 기습당한 라이스는 뒤에 “싱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것보다는 나아진 줄 알았는데…”라고 푸념했다. 난데없는 페미니즘 논쟁에 일부 언론은 “천박하고 비열한 발언”이라며 박서를 비난했으나 그녀는 라이스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페미니즘 논쟁이 국내에까지 오염됐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생을 네 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모임에서 서울시장 시절 저출산 문제 세미나에 나온 여성 강사가 자녀가 없었던 점을 빗대어 이같이 밝힌 것은 독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목한 포문인 것이다. 앞서 같은 대선 주자인 박 전 대표는 대전에서 이 전 서울시장은 충남의 행정중심도시를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충청 민심으로는 아픈 이 전 서울시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던 것이다.
이에 박 전 한나라당 대표측의 한 사람은 이 전 서울시장의 병역미필 사실을 꼬집으면서, “그의 공연한 사생활 공격은 많은 독신 여성을 모독 분노케 하는 비열한 언어의 유희”라고 반박했다.
선제 공격은 당내 대선 주자 검증론을 내세운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먼저 제기하긴 했다. 그렇지만 검증론에 대응한 ‘장군’ ‘멍군’에도 룰이 있다. 가령 촌철살인의 독설을 주고 받아도 서로의 인격이 존중돼야 한다. 상대의 인격을 깔아 뭉개면 나의 인격도 덩달아 깔아 뭉개지는 것이다.
도덕성과 무관한 사생활을 공격하는 것은 공연한 인신공격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 속된 감정을 내뱉는 값어치 없는 말은 대선 주자의 자질을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는 세 명에서 네 명이 됐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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