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규모를 재는 국제적 기준을 처음 제시한 학자는 미국의 찰스 리히터이다.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지진영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별의 밝기를 매기는 등급에 착안해 지진의 에너지 크기를 진앙의 깊이, 거리를 감안해 지수화했다.
리히터 숫자는 하나 늘어날 때마다 지진에서 방출한 에너지 양이 10배씩 증가한다. 규모 1보다 규모 2의 방출 에너지가 10배 많다는 얘기다. 리히터 규모는 진앙의 에너지만 설명하기 때문에 각 위치에서 느끼는 상대적 강도, 즉 진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밤 8시 56분께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4.8로 진앙에서는 원자폭탄 1개가 터진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내륙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대구, 부산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만일 평창군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도 지진 상황을 가정해 피해 규모를 예측해 보이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있는데 그 결과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 한 민간 전문가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서북쪽으로 1.39㎞ 떨어진 지점(위도 37.62, 경도 126.96)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이 30㎞ 깊이에서 오후 3시 48분께 일어난다는 가정하에 시스템을 구현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이 모두 피해를 봐 6만293채의 건물이 붕괴(전파)되고 3만6천197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서울 시내에선 5만2천530채의 건물이 붕괴되고 시민 2만7천640명이 사망한다. 이 시스템에는 전국 650만 채의 건물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입력돼 있으며 전체 인구는 4천859만명으로 설정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11억원을 들여 8개월 동안 개발한 이 시스템은 아직 보완이 필요해 정확한 예측이라기보다는 내부 참고용일 뿐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은 리히터 규모 5.0 이상이다. 벽에 금이 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의 비구조적 피해가 건물이 무너지는 구조적 피해로 넘어가는 경계다. 평창군 지진을 국가적인 지진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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