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홍(sudan red)’은 일종의 화학 염색약이다. 염색 효과가 뛰어나 방직이나 페인트·구두약 등 공업용으로 두루 쓰인다. 사람이 수단홍을 섭취하면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 호흡이 힘들어지고 신경계통과 심혈관계통, 기타 장기에 손상을 입는다. 과다 섭취하면 불임과 암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은 수단홍을 식품첨가제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인도 등 몇몇 나라는 아직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고춧가루의 60%에서 수단홍이 검출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경악할 일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달하는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최근 자국 내 여러 농산물시장에서 채취한 고춧가루 및 관련 제품 가운데 수단홍이 검출됐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 국영방송 CCTV가 가짜 고춧가루의 가공·유통과정을 연일 보도, 중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중국이 위해식품 단속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발암물질 고춧가루의 위해성이 크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수단홍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것은 고춧가루 가공업자들이 옥수수 껍질을 염색해 고춧가루에 섞는 과정에서 수단홍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수단홍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당국에 적발된 업체 중 H사와 S사가 고추류 제품 수출업체여서 안심할 수 없다. 더구나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반입되는 양이 워낙 많아 걱정을 더해 준다. 중국산 고추류를 수입한 우리나라도 결코 수단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2006년 11월 현재 중국산 고추류는 공식적으로 13만515t이 수입됐으며, 김치 등에 포함된 고춧가루와 보따리상이나 밀수 등을 통해 반입되는 고추류까지 합치면 국내 식탁에 오르는 고추류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발암물질로 단장한 가짜 고춧가루가 국내 시장에 유입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즉각 중국산 고추류 제품은 물론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실시하고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량식품 가공은 집단 살인행위에 해당되는 중죄인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처벌규정이 너무 미약한 게 탈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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