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

북괴라고 했었다. 북한괴뢰도당이라는 것이다. 북쪽은 남조선괴뢰도당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도 북쪽을 말할 땐 으레 북괴라고 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 1972년 7월4일 남북간 정권이 공동발표한 성명이다. 무력배제, 비방금지, 사상 및 이념과 제도를 초월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남북간의 합의사항으로는 최초였던 역사적 성명이었다. 이에 따라 남북조절위원회가 가동되기도 했다.

오늘날의 남북관계가 있기까지는 이러한 전례가 축적돼 있다. 김대중, 김정일의 6·15 정상회담도 그같은 밑거름이 깔려있다. 1990년 김일성 북녘 주석의 돌연사가 없었던들 남북 정상회담은 그해 김영삼, 김일성 회담이 있게 됐었다.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회담을 약 2주일 남겨놓고 김 주석에게 변고가 생겨 무산됐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모색돼온 결과다.

이런 것은 생각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 이전 같으면 지금처럼 북에 끌려만 가는 관계는 아닐 것이다. 끌려만 간다고 비판하면 ‘꼴통 보수’라고 힐난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할 ‘꼴통 보수’는 있을 것 같지 않다.

예를 하나 들겠다. “총체적으로 볼 때 김정일 총비서 추대 10년, 김 위원장이 추진해온 강성대국정책의 일정한 완성으로 김 위원장 통치 역량이 내외에 입증된 면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누군가는 북녘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다. 며칠 전 무슨 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의 강연이 마치 북쪽 인사 말을 방불케 한다. 평양에서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강성대국정책으로 핵 무기를 갖게된 것을 경축한다”며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강성대국을 치하하고 김 위원장을 평가하고 나섰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아무리 외교적 언사라 할지라도 한계를 넘어선 분명한 망언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무작정 북에 영합만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되레 만만하게 보인다. 어쩌면 이재정 장관의 말은 북에 듣기좋게만 하는 말이 아닐지 모른다. 그의 진심이 그러한 게 아닌지 무척 궁금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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