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신문과 방송이 ILO(국제노동기구)의 통계를 인용,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을 포함한 13개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의 쇠고기·돼지고기값이 가장 비싸다고 보도했었다. 2005년 10월 기준 한국의 뼈 없는 쇠고기 1㎏당 가격이 56.44달러로 미국(8.94달러), 영국(11.15달러), 이탈리아(10.36달러)에 비해 5~6배나 비싸다고 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도 당시 쇠고기 1㎏이 40.5달러였으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15달러 이상 더 나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곧 밝혀졌다. 농협의 축산물 가격통계를 보면 2005년 10월 쇠고기(정육 1㎏) 소비자 값은 3만7천124원이었다. 당시 환율(1달러 = 1천원)을 감안할 때 쇠고기 1㎏은 37.1달러 수준인데도 무려 19.34달러나 더 비싸게 부풀려졌다. 농림부도 “우리나라 소비자값은 모든 부위 중 최고인 한우 등심과 돼지 삼겹살 부위를 기준으로 해명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국내 쇠고기 평균값(1㎏)은 38달러, 돼지고기는 10달러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ILO에 제출한 통계자료 가운데 평균치가 최고 가격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통계의 무책임한 보도는 축산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 미칠 심리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결코 묵과할 일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이런 과장된 수치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도 아니다. 축산농가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산 쇠고기값이 너무 높다는 여론을 환기시켜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당위성을 옹호하려는 ‘음모’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권에서조차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양보해야 한다는 뜻의 발언을 흘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양국이 이미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될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안전성 검증과 무관하게 정치적인 압력과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흑색 유언비어로 분위기를 잡아가선 안 된다. 또 어떤 경로를 통해 가격이 부풀려졌고,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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